세브란스병원, 파킨슨병 치매 조절제 발굴에 역할할 듯
파킨슨병 환자가 치매에 걸릴지 여부를 미리 알아낼 수 있는 예측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그동안 파킨슨병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없던 상황에서 이번 예측모델 개발로 파킨슨병 치매 위험을 측정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필휴ㆍ정석종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에서 신경인지검사를 기반으로 치매 위험도를 예측하는 치매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IF 8.77)’ 최신호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중뇌의 흑질이라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 가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5년 9만660명, 2017년 10만716명, 2019년 11만14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흔히 치매를 동반하게 되는데, 파킨슨병을 10년 이상 앓은 환자의 45%, 20년 이상 앓은 환자의 80% 정도에서 치매가 발병한다.
파킨슨병 환자는 추후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에 초기에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적극적으로 인지기능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파킨슨병 치매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효과적인 예측인자는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파킨슨병 치매 연구의 선두 주자인 유럽에서 파킨슨병 치매 예측 인자로 후두피질 연관 인지 영역을 제시했지만 일반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동서양 간 유전적 차이로 해당 방법은 한국형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350명을 대상으로 평균 5.6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환자들이 시행한 신경인지검사의 인지기능 저하 패턴을 추후 치매 예측에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환자 별 인지 영역을 △시각 기억·시공간 능력 △언어 기억능력 △전두엽·실행능력 △집중·작업기억·언어능력으로 구분해 인지기능 저하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환자 중 22.3%인 78명에서 치매가 발생했고, 4개의 영역 중 전두엽·실행능력의 점수가 치매 발생 위험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영역별 치매 위험도를 살펴보면 △시각 기억·시공간 능력 △언어 기억능력 △전두엽·실행능력 △집중·작업기억·언어능력 점수가 1점씩 높아질 때 치매 위험도는 각각 47.2%, 19.3%, 57.2%, 7.7% 감소했다.
연구팀은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5년 내 치매 발생 위험을 계산할 수 있는 노모그램을 개발했다. 노모그램은 각 영역별 수치를 점수화해 한국형 파킨슨병 환자의 향후 치매 발생 위험도를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30개월 동안 파킨슨병을 앓는 69.5세 남성 환자의 신경인지검사 데이터를 노모그램에 적용한 결과, 영역별 점수를 노모그램 적용 시 5년 이내 치매 발생 위험도는 1.2%였다. 실제로 이 환자는 5.95년간의 추적 기간 중 치매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노모그램으로 환산 기준 5년 이내 치매 발생 위험은 81%를 기록한 73.2세 남성 파킨슨병 환자는 실제로 추적 기간 중 치매가 발생했다.
이필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예측모델이 추후 파킨슨병 치매 조절제 조기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특히 이번 연구는 서양과 다른 한국형 파킨슨병 치매에 특화된 치매 예측모델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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