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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본 꽁꽁 숨긴 배익기 "간송본도 장물 의혹" 유튜브서 억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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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주본 꽁꽁 숨긴 배익기 "간송본도 장물 의혹" 유튜브서 억측

입력
2020.10.05 16:04
수정
2020.10.05 21: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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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 지난달 초 개설한 유튜브 통해 "간송본 취득과정도 장물과 마찬가지" 주장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박사 "유통경로 뚜렷한 간송본은 장물 아니다"
배씨 1,000억원? 보상 입장 변화없어… 감정 평가도 거부
'국가 강제집행' 대법원 판결 1년 지났는데도 제자리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을 소지한 배익기씨가 2009년 10월 19일 낱장으로 분리한 상주본 이부를 본보 기자에게 공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판명된 후 원본을 촬영한 것은 이 사진이 유일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을 소지한 배익기씨가 2009년 10월 19일 낱장으로 분리한 상주본 이부를 본보 기자에게 공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판명된 후 원본을 촬영한 것은 이 사진이 유일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문화재청)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고서적 판매상 배익기(57)씨가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국보 제70호)도 장물로 거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자를 국가로 확인했다. 문화재청은 이를 근거로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배씨의 방해로 1년이 넘도록 허탕만 치고 있다.

배씨는 지난달 1일 '훈민관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방송 활동에 나섰다. ‘훈민관’은 배씨가 상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골동품점의 이름에서 따왔다. 5일 현재까지 총 19개의 동영상을 올렸지만 채널 자체가 알려지지 않아 영상 당 조회 수는 평균 70회 안팎에 그치고 있다. 영상은 배씨가 소장한 골동품과 훈민정음에 대한 해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배씨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알리고 10년 넘게 집중포화를 받은 훈민정음 상주본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데도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배씨는 또 국보로 지정된 간송본을 언급하며, 이 역시 장물 거래나 마찬가지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간송본이 경북 안동에서 가보로 전해왔다는 것과는 상반되는 정황이 있다"며 "김태준이 훈민정음을 사기 위해 간송 전형필에게 거금을 받아와서 사갔다는 것에도 의문이 있다"고 강변했다.

배씨는 “조선시대에는 재장정(제본)할 당시 구멍을 5개(5침)를 뚫었지만 간송본은 4침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안동에서 4침을 한 책이 간송본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분명 서울 등 다른 지역을 거쳐 안동에 장물로 넘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박사는 "간송본은 간송이 정확히 돈을 지불했고, 유통경로가 뚜렷하기 때문에 이를 장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5침, 중국이나 일본은 4침을 한 경우가 있지만 이를 일반화하거나 장물 판단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씨의 주장은 상주본 취득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반환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은 1940년 국문학자 김태준의 제자 이용준에 의해 안동의 광산 김씨 종택에서 발견됐다. 김태준으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간송 전형필은 당시 책값 1만원에 수고비 1,000원을 더해 1만1,000원(현재 약 30억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훈민정음 상주본의 마지막 모습. 당시 훈민정음 상주본을 가지고 있는 배익기씨가 2009년 10월 19일 낱장 상태로 취재진에게 공개한 뒤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훈민정음 상주본의 마지막 모습. 당시 훈민정음 상주본을 가지고 있는 배익기씨가 2009년 10월 19일 낱장 상태로 취재진에게 공개한 뒤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훈민정음 상주본 반환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문화재청이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판결을 근거로 강제집행 움직임을 보이자 배씨는 2017년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7월 최종 패소했다.

배씨는 상주본 국가 소유권 무효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그는 지난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상주본에 대한 상황이 평온해지면 감정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다시 입장을 바꿨다. 배씨는 "소유권 무효 소송이나 감정 평가 등은 특별히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배씨는 상주본 반환 조건으로 1,000억원의 보상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50여회에 걸쳐 배씨를 만나 설득했으나 요지부동이다. 강제회수도 여의치 않다. 문화재청은 과거 강제 집행과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화재로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 상주본의 실태와 위치는 배씨만 알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단체도 반환을 위해 배씨를 접촉했지만 성과는 없는 상태다.

고서적 판매상 배익기씨가 경북 상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골동품점.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서적 판매상 배익기씨가 경북 상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골동품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편 배씨는 지난 2008년 "집수리를 하던 도중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했다"며 처음으로 상주본을 대중에 공개했다. 하지만 당시 상주에서 골동품점을 운영하던 조모씨가 "고서적을 구매하던 과정에서 배씨가 훈민정음을 훔쳤다"고 주장해 법적 소송으로 비화했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2011년 승소 판결을 받은 뒤 2012년 훈민정음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았지만 3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민사판결을 바탕으로 회수에 나섰지만, 배씨는 국가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다.

현재 상주본은 판본 일부가 공개됐을 뿐이다. 배씨는 소장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자택 화재 등으로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보존 상태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주 출신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배씨가 숨겨놓은 훈민정음 상주본의 훼손 우려가 큰 만큼 국가에 반환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상주=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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