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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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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위헌'

입력
2020.12.23 16: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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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결정권·표현 자유·평등권 침해"
"지원통제를 목적으로 한 정보수집 안돼"

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배제행위 등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배제행위 등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특정 문화·예술인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표현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서울연극협회 등이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행위가 위헌이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쯤부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거나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관리했다. 이 명단을 이용해 정부는 서울연극협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등의 단체를 기금 지원대상에서 배제했다.

이 같은 사실은 특검의 국정논단 의혹 수사로도 확인됐다.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지시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원 배제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에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청구인들은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 등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해 지원을 배제하도록 한 것은 위헌적 공권력 행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서울연극협회 등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야당 후보 지지나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에 동참하면서 표현된 것은 공개된 정보이긴 하지만 지원 배제 목적으로 이용됐다"면서 "아무런 법률 근거 없이 문화·예술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지원 배제 지시는 문화·예술인들의 특정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적 제한에 해당한다"라며 "이로 인해 문화·예술인들이 향후 유사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특히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재정의 한계로 일정한 기준에 따른 분배가 불가피해 상당한 재량이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단절할 목적으로 심의에서 배제되도록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자의적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전 정부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헌재 결정으로 청구인들의 권리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헌재는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 통제'를 목적으로 한 정보수집 행위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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