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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역량 있어…미술 한류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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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역량 있어…미술 한류 충분"

입력
2021.02.02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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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 맞은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개 위한 전시' 등 이색 전시 해외서 화제
"이게 바로 한국 미술" 소장품 300선 영문본 발간
서예전 수출 시동 걸며 한국 미술 국제화에 앞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지난달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 전시회장에서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 관장 취임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 수집평가에서 2년 연속 역대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윤 관장은 "미술관은 소장품으로 말한다"며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빠진 부분을 채워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지난달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 전시회장에서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 관장 취임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 수집평가에서 2년 연속 역대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윤 관장은 "미술관은 소장품으로 말한다"며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빠진 부분을 채워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이 연간 1조원대인데, 한국 미술 시장이 5,000억원이 안 돼 씁쓸했죠. 하지만 한국 미술이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한국 미술도 한류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취임 2년을 맞은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미술의 자존심을 늘 강조해온 그였다.

‘개를 위한 전시’ 성공적 개최… 고양이전은?

갑자기 개 사료 이야기가 나온 건, 지난해 주목을 끈 국립현대미술관의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다. 미술관에 반려견이 관람객으로 초대된 이 실험적인 시도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주요 일간지 클라린에서도 소개했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성공적인 전시였지만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막상 준비를 하다 보니 복병이 많았죠. 미술관에 온 개들이 서로 싸워서 난리가 나면 대응을 해야 하니까 법률적인 검토까지 해야 했어요. 주인공인 개에게 얼마의 입장료를 받아야 할지도 고민이었는데, 결국 안 받기로 했었죠. 저희 미술관은 성인부터 입장료를 받는데, 개는 대체로 스무 살이 안 넘을 테니까요.”

지난해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열린 가운데, 한 반려견이 정연두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사진 박수환)

지난해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열린 가운데, 한 반려견이 정연두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사진 박수환)


이 전시는 처음 아이디어를 낸 학예사조차 실제로 열릴 줄 예상 못했던 전시다. 하지만 윤 관장의 통 큰(?) 승낙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어떻게 개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시각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미술 전시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한 번 해본 거죠.” 개를 위한 전시회가 끝나니 고양이를 위한 전시회를 열어 달란 요청이 쏟아졌다. 검토를 했지만 결론은 ‘열 수 없다’ 였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데리고 다니며 산책을 시키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 관장은 개, 고양이 전시회 검토를 하면서 ‘동물 박사’가 됐다며 웃었다.

이게 바로 한국미술… 소장품 300선 국문ㆍ영문본 발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윤 관장은 취임 후 2년 간 거침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 중 하나가 한국 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 국문본과 영문본을 발간 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00인(팀)의 작품을 시대별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기준 8,000여점의 소장품 가운데 치열한 논의 끝에 선정된 작품들이다. 윤 관장은 “국내외에서 전시, 학술 등의 활동을 할 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책이 발간되면서 한국 미술의 국제화는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이번 달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북한 미술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상호 비교 연구를 통해 반쪽 짜리 한국 미술사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통일부로부터 북한미술 특수자료 인가기관 승인을 받은 후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해 현재 북한예술총서 등 733건을 확보한 상태다.

이달부터 사전예약의 형태로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열람실 내 특수자료실에서 북한 미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윤범모 관장이 특별열람실을 소개하고 있다. 윤 관장은 "상호 비교 연구를 통해 우리 미술의 토양을 튼튼히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달부터 사전예약의 형태로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열람실 내 특수자료실에서 북한 미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윤범모 관장이 특별열람실을 소개하고 있다. 윤 관장은 "상호 비교 연구를 통해 우리 미술의 토양을 튼튼히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서예전 해외 수출 길 열기도

윤 관장은 취임 후 소외된 부분에 관심을 쏟기도 했다. 개관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3월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개최한 게 대표적 예다. 이 전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을 통해 먼저 공개됐는데, 큐레이터가 전시장을 돌며 작품을 설명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10만회를 넘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대만의 한 시립미술관은 최근 초대전을 열고 싶다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해외 유명 작품들은 한 점에 100억, 1,000억씩도 하잖아요? 미술품은 굴뚝 없는 공장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국격을 높이고 외화벌이를 하는데, 한국미술이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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