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 공사 수주 뒤 파산절차 진행
박물관서 23억 받고도 지급 책임 피해
피해업체 30곳… 박물관 "파산 몰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민속박물관 제2상설전시관이 전면적인 개편 공사를 마치고 20일 새롭게 문을 열었으나, 정작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들은 20억 원 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를 수주하고 하청을 줬던 A사가 완공을 앞둔 시점에 파산했기 때문인데, 박물관은 이 사실을 법원의 파산선고가 있고서야 안 것으로 밝혀졌다. 30개 업체가 대금 받을 길이 막힌 가운데, 일부 업체는 A사가 파산신청 계획을 숨기고 자신들과 하청 계약을 했다며 A사 임직원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21일 민속박물관과 공사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서울지방조달청 입찰을 통해 박물관 공사를 낙찰받고 하청업체들과 전시관 개편 공사를 진행하던 A사는 그해 11월 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해 한 달 뒤인 12월 24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때는 전시관 공사가 이미 95%가량 완료된 상황이었다. 하청업체들은 A사가 파산할 때까지 A사로부터 어떠한 언급이나 공사 중단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물관 역시 파산선고 나흘 뒤 하청업체들이 그 사실을 알릴 때까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급히 재입찰로 다른 업체를 구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A씨가 파산선고를 받아 채무변제 책임에서 벗어나면서 박물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하청업체는 30곳에 달한다. 취재 결과 입찰 과정에서 24억9,500만원을 써내고 공사를 따낸 A사는 낙찰 직후 박물관으로부터 전체 공사액의 40%가량을 선금으로 받았고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총 23억여 원을 받았다. 하지만 하청 계약을 하고 실제 공사를 진행한 업체들에 지급한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박물관과 하청업체들은 A사의 미지급 공사대금을 20억 원대로 파악하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A사의 무책임한 파산에 분노하고 있다. B사 대표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돈을 받아놓고도 영세업체들에 지급하지 않고 공사만 계속 시킨 것은 파산을 의도했다는 의미 아니냐"며 분개했다. B사를 포함해 막바지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 두 곳은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경찰서에 A사 임직원 두 명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파산 신청 시점을 고려한다면 고소인들과 계약을 할 당시 A사는 이미 파산 준비 중이었으므로 애초 대금 지급 의도가 없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들 업체는 공사 과정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며 민속박물관을 원망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 대금 지급 문제로 이미 악평이 난 A사가 관급 공사를 여러 차례 수주해온 것 자체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속박물관은 A사의 재정 상태나 대금 미지급 문제를 미리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현장에선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파산선고 직후까지 문제를 인지할 수 없었다"며 "A사가 몇 차례 제출한 세금계산서만으로는 하청업체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급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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