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 '서진학교'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진학교는 사회적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건축만으로 그 의미가 상당한 공간이다. 서진학교는 특수학교 특성상 8세 초등학생부터 21세 직업교육을 하는 전공과(고등학교 졸업 후 2년 과정) 학생이 동시에 이용하면서, 한 학생이 입학하고 전공과를 마치기까지 최대 14년간 머문다. 여러 이용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교육기관의 기능에 충실한 학교 건축은 저출산으로 속속 학교급이 통합되는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1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서진학교를 통해 특수학교의 미래, 나아가 학교라는 공공건축의 미래에 대해 살펴봤다.
서진학교의 설계를 맡은 유종수 코어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1일 "장애의 정도와 연령대가 다양한 학생 모두에게 편리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고 건축 의도를 설명했다. 서진학교는 그래서 'ㅁ'자 구조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학년별 교실과 해당 학년의 음악실, 과학실 같은 특별실을 같은 층에 두었다.
유 소장은 "일반 학교에서는 관습적으로 시설 관리가 용이하도록 유사한 용도의 실들을 가까이에 배치하는데, 서진학교는 학생들 특성상 동이 분리돼 건물 외부로 이동하거나 층간 이동이 많게 되면 불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ㅁ자 구조이지만 창을 많이 내 답답하지 않다. 이미선 서진학교 교무부장은 "ㅁ자 동선으로 걸어가다 보면 중정 쪽으로 열린 창을 통해 반대편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여 소통할 수 있다"며 "공간이 일방적이지 않고 늘 함께 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ㅁ자 구조로 형성된 중정은 코로나19로 체험학습이 힘들어진 학생들이 안전하게 야외 활동을 하는 장소로 이용된다. 중정에 놓인 벤치 등의 구조물은 높낮이를 달리해 제각각인 학생들의 성장 정도를 반영했다.
학교 내부로 들어오면 넓은 복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반 학교의 2배로 활동 반경이 넓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넓은 복도는 전공과 학생들이 복도에서 우유 배달 등의 실습을 하는 등 직업 교육을 할 때도 유용하다. 넓어진 복도만큼 학생들의 마음도 여유로워진 것은 덤이다. 홍용희 서진학교 교장은 "복도가 넓다 보니, 확실히 학생들의 돌발행동이 줄었다고 느낀다"며 "개교 2년간 지켜본 결과 학생들의 학습 공간이면서 삶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도와 맞닿아 있는 '파드(POD)'는 공간의 개방감을 극대화한다. 파드는 층마다 2개씩 계획된 이벤트 공간. 복도에서 중정을 향해 유선형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다. 학급당 6, 7명인 학생들 2개 반이 함께 작은 음악회나 전시를 여는 기능적인 공간이면서도 기존 학교에 없던 건축미가 담겨 있는 공간이다. 유 소장은 "파드는 복도하고 연결돼 새로운 활동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중정 내부에서 바라보면 평면적이지 않은 공간감을 만들어주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잘 계획된 공간은 교육적 효과를 높인다. 이 교무부장은 "똑같은 활동이라도 별도의 교실에 들어가서 하는 것보다 이렇게 복도처럼 열린 공간에서 하다 보니, 서로 오고 가며 인사하고 축하하게 되고 학생들도 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개교를 기다려 온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특히 높다. 이하영 서진학교 학부모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이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닐 때는 교실 하나만 아이의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학교 전체가 아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맞춤형 공간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며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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