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양용준의 'Daybreak'전
금호알베르갤러리에서 11월 29일까지
"친구들끼리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수다를 떨다 보면 하나둘 자러 들어가고, 결국 남은 친구와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잖아요. 그러다 해가 뜨는 거죠.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난 15일 서울 성동구 금호알베르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데이브레이크(Daybreak·동틀 녘)' 전시에서 만난 한원석 작가의 말이다. 그는 1,886개의 스피커를 모아 만든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인 터였다. 스피커에서는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둡고 습한 이곳은 과거 목욕탕 등으로 쓰이다 버려진 건물. 그런 공간에 작가는 버려진 물건으로 크고 웅장한 것을 만들어내고 생명을 부여했다. 모델이 바뀌면서 기능은 있지만 쓸모를 잃어버린 스피커를 이어 붙여 높이가 7m에 달하는 대형 스피커를 제작한 것이다.
"가치라는 게 무엇일까요. 저는 이게 매우 주관적이고, 시대 상황적인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가치는 바로 너에게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쓰레기로도 이렇게 만드는데, 우리가 좀 더 희망적일 수 없을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죠."
그가 버려진 것에 관심을 두고 관련 작업을 해 온 건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담배꽁초를 이용한 회화 작업, 자동차 폐헤드라이트로 만든 첨성대 등을 선보여 왔다. 한원석 작가는 "해외 유학 생활을 하던 돈 없는 동양인이었기에 하찮음에 대한 애정이 있다"며 "누구나 버려짐을 경험하게 되는데, 예술로서 그런 부분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독일에서 작곡과 전자음악을 전공한 양용준 작곡가가 전시를 위해 특별히 만든 것이다. 장작 타는 소리에 피아노, 해금 소리를 더했다. 전시 담당자인 기획사 ACC의 곽지영 큐레이터는 "결핍된 것들이 모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위로받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치작은 지하 1층과 지상 1, 2층 등 총 3개층에서 볼 수 있다. 지하 1층에서는 거대한 스피커 전체를 올려다볼 수 있다. 작품 맞은편에 거울이 있는데, 소리를 들으며 작품과 마주할 수 있게 구성된 공간이다. 지상 1층은 설치작을 바라보며 음악을 집중해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별도로 설치된 마이크에 소리를 더하면 대형 스피커가 반응을 하는데, '무엇인가가 모일수록 더 큰 반응을 일으킨다'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한원석 작가는 "단지 대형 스피커가 아니라, 설치적 회화 작품으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모이면 안 되는 시기에 영감과 마음이 모여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갤러리는 매주 목·금·토·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에만 문을 연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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