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두 점 전시된 '사유의 방' 설계자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 인터뷰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모나리자가 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반가사유상이 있다.’
중앙박물관 하면 그 대표 소장품인 반가사유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물관의 야심 찬 계획에 따라 지난 11월 12일부터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는 ‘사유의 방’이 마련됐다. 반가사유상 두 점(국보 제78호, 제83호)만 별도로 전시하는 공간이다. 반가사유상 두 점이 동시에 전용 공간에 상설전 형태로 전시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약 한 달간 사유의 방을 다녀간 관람객은 7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반가사유상은 공간과 어우러지며 빛나고 있다. ‘찰나의 미소가 나를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유의 방을 설계한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를 만났다. 박물관이 최초로 전시실 협업을 제안한 최욱(58) 대표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학고재 갤러리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다.
최 대표는 반가사유상을 유물로만 보지 않았다. ‘과거에서 왔고 미래로 이어져 갈 정신’이라고 봤다. “반가사유상은 현실 존재가 아니에요. 중생을 구제하러 오기 전 억만년의 세월이 떨어진 다른 곳에서 지상에 내려올까 고민하는 존재입니다. 즉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라서 추상적인 느낌이 필요했어요.”
끝부분만 반짝이는 알루미늄 봉 2만1,000여 개를 천장에 달았다. 추상적인 느낌을 주려면 천장이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선 안 됐다. 봉은 시각적으로 두드러지진 않지만 어둠 속에서 분위기를 잡아줬다. 또한 과거의 것을 단순히 바라보는 게 아니라 관람객이 반가사유상과 교감할 수 있었음 했다. 그러려면 반가사유상을 여러 각도에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물 뒤로 벽을 휘게 함으로써 유물을 가운데 놓고 자연스럽게 도는 동선을 만들어냈다.
반가사유상만 돋보이게 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려면 배경은 배경이어야 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복도 벽에 숯을, 전시장 벽에는 흙을 칠했다. 전시대에는 옻칠을 했다. 숯, 흙, 옻 등이 빛을 흡수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빛을 반사하는 건 반가사유상뿐이어서, 시선은 오직 두 유물에 집중이 됐다.
전시장은 전체적으로 소극장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소극장에서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듯, 반가사유상과 관람객이 소통하길 바랐다. 최 대표는 “전시장 세로 길이가 24m인데, 이는 관객이 배우의 섬세한 표정까지도 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바닥에는 약간의 경사(1도)를 뒀다. 이 역시도 의도가 있다. “우리나라 사찰 계단을 보면 올라갈 적에 약간 경사진 계단이 있거든요. 시각적으로 좁아 보이니까 올라갈 때는 굉장히 아득하게 보이는데, 이게 또 내려갈 적에는 편하게 보이기도 하거든요.”
들어가고 나가는 길도 마련했다. 반가사유상을 보려면 복도를 통과해야 하고, 다 보고 난 뒤에는 또 다른 복도를 통과해야 외부로 나갈 수 있다.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눈이 부시죠. 제가 생각하기에 반가사유상이 있는 공간은 굉장히 정제된 빛으로 봐야 하는데, 관람객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눈이 적응할 시간을 준 것이죠.”
최 대표는 사유의 방을 계기로 대중이 누릴 수 있는 공적인 시설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은 미적 유산이 있는데, 일상과 유리돼 있는 게 많아요. 사유의 방에서 우리 문화의 표정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해요. 특히 젊은 분들이 강요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가사유상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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