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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상' 이수지 "나는 이야기로 독자와 함께 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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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상' 이수지 "나는 이야기로 독자와 함께 노는 사람"

입력
2022.03.22 17:36
수정
2022.03.22 17:4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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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상
"수상자 발표 내 사진 보고 입 떡 벌어져"
"중학생 딸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됐네'"
"다양한 이미지 실험 계속할 것"

이수지 작가가 21일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발표됐다. 사진은 이 작가가 서울 광진구 광장동 작업실에서 지난해 출간한 '여름이 온다'의 한 장면을 설명하는 모습. 배우한 기자

이수지 작가가 21일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발표됐다. 사진은 이 작가가 서울 광진구 광장동 작업실에서 지난해 출간한 '여름이 온다'의 한 장면을 설명하는 모습. 배우한 기자

"누가 받나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상식 동영상 생중계를 보다가 제 사진이 갑자기 떠서 입을 떡 벌리고 있었어요. 중학교 1학년 딸이 옆에서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됐네'라면서 방긋 웃었는데, 엄마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었겠죠."

한국인 최초로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주관하는 세계적 권위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에서 수상한 이수지(48) 작가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뇌었다.

22일 전화로 만난 이 작가는 전날 접한 수상 소식의 기쁨을 여전히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상을 받게 된 것도, 이렇게 주목받는 것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전날 IBBY는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이 작가를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2016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이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첫 한국인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에서는 1984년 일본 작가 안노 미쓰마사 이후 두 번째다.

전화와 대면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는 중에 연락이 닿은 이 작가는 "수상할 것으로 전혀 기대를 안 한 터라 수상 소감을 준비 못 해 이렇게 헤매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빨리 뭐라고 이야기할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21일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이수지 작가의 사진이 소개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21일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이수지 작가의 사진이 소개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IBBY는 이 작가를 수상자로 호명하면서 "그림책은 가장 진지한 이야기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선보이는 즐거운 놀이 형태이며, 작가는 그림을 통해 살아나는 작은 그릇의 이야기를 독자와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이 작가의 그림책 철학을 언급했다.

이 작가는 그림책이라는 장르의 조건과 한계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다. 특히 '그림자 놀이' '파도야 놀자' '여름이 온다' 등을 통해 '글 없는 그림책' 분야를 재조명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199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캠버웰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작가는 "고전적 매체이면서도 혁신성을 지닌 그림책에 끊임없이 흥미를 느껴 작업을 이어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주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늘 실험적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되니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지 작가의 글 없는 그림책 '여름이 온다'

이수지 작가의 글 없는 그림책 '여름이 온다'

이 작가는 이번 수상으로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쑥스러워하면서도 "그림책 장르의 독립성을 논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기쁘다"고 했다. 최근 이 작가뿐 아니라 많은 국내 작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출판계로만 한정된 탓이다. 세계 최정상 작가 반열에 오른 이 작가마저 "친적 어른을 만나면 그림책이라는 장르 설명부터 해야 해 두렵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어쩌면 척박한 우리의 그림책 환경이 자산이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재에서 창의적인 것이 나왔다고 할까. 후배 작가들에게도 확신을 갖고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계속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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