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힉스 '대약탈 박물관'
1897년 2월 영국은 전함과 맥심기관총, 로켓포 등 온갖 무기를 동원해 서아프리카 베닌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에 있던 나라)을 초토화시켰다. 앞서 베닌 원주민이 영국인 사절단 5~7명을 살해한 데 대한 응징이라는 게 이유였지만 식민지를 넓히기 위한 침략 전쟁의 핑계일 뿐이었다. 영국은 대량학살과 마을 파괴도 모자라 왕들의 역사를 기록한 수천 점의 유물을 훔쳐갔다. 그러면서 인신공양과 식인, 우상 숭배의 공포에서 원주민을 구해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쳤다. 영국 정부는 약탈한 왕실 예술품과 종교적 성물들을 세계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 수집가에게 팔아 막대한 수익을 챙겼고,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베닌의 유물이 전시 중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현대고고학 교수인 저자는 영국의 베닌 학살 사건을 중심으로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가 얼마나 악랄하고 잔혹한지 드러내는 한편 중립적인 유물의 보관소를 자처하는 박물관이 실은 서구 문명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폭력적인 장소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독일이 지난해 베닌의 청동 유물을 나이지리아에 반환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영국은 여전히 장기대여 방식을 고집하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저자는 베닌 유물의 즉각 반환을 촉구하며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식민주의의 부채를 서둘러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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