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약탈한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정말 중립적일까
알림

약탈한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정말 중립적일까

입력
2022.03.25 04:30
14면
0 0

댄 힉스 '대약탈 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에 전시 중인 베닌왕국의 청동 유물. 위키피디아

영국 대영박물관에 전시 중인 베닌왕국의 청동 유물. 위키피디아

1897년 2월 영국은 전함과 맥심기관총, 로켓포 등 온갖 무기를 동원해 서아프리카 베닌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에 있던 나라)을 초토화시켰다. 앞서 베닌 원주민이 영국인 사절단 5~7명을 살해한 데 대한 응징이라는 게 이유였지만 식민지를 넓히기 위한 침략 전쟁의 핑계일 뿐이었다. 영국은 대량학살과 마을 파괴도 모자라 왕들의 역사를 기록한 수천 점의 유물을 훔쳐갔다. 그러면서 인신공양과 식인, 우상 숭배의 공포에서 원주민을 구해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쳤다. 영국 정부는 약탈한 왕실 예술품과 종교적 성물들을 세계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 수집가에게 팔아 막대한 수익을 챙겼고,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베닌의 유물이 전시 중이다.

대약탈 박물관·댄 힉스 지음·정영은 옮김·책과함께 발행·440쪽·2만5,000원

대약탈 박물관·댄 힉스 지음·정영은 옮김·책과함께 발행·440쪽·2만5,000원

영국 옥스퍼드대 현대고고학 교수인 저자는 영국의 베닌 학살 사건을 중심으로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가 얼마나 악랄하고 잔혹한지 드러내는 한편 중립적인 유물의 보관소를 자처하는 박물관이 실은 서구 문명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폭력적인 장소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독일이 지난해 베닌의 청동 유물을 나이지리아에 반환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영국은 여전히 장기대여 방식을 고집하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저자는 베닌 유물의 즉각 반환을 촉구하며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식민주의의 부채를 서둘러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경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