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열린 '단색화'전은 전 세계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린 일대 사건이었다.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 외 비엔날레 재단 측의 승인을 얻어 별도로 열리는 '병행전시'로서 단색화가 국제 무대에 본격 선보인 것이다. 당시 전시에도 참여했던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하종현(87)이 다시 한번 베니스를 단색화로 물들인다.
그의 60년 화업을 아우르는 회고전이 8월 24일까지 팔라제토 티토에서 열린다. 하종현은 한국이 주류 미술계 변방에 머물던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참가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관 하나 없이 이탈리아관 한쪽을 빌려 작품을 걸었던 그때와 지금은 천지 차이다. 단색화는 한국 고유의 미술 양식으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세계적 열풍의 중심에 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하종현의 작품 세계를 톺아보면서 한국미술사의 층위를 두텁게 다져 보자는 취지다.
전시는 하종현의 전매특허인 캔버스 뒤에서 물감을 앞으로 밀어내는 배압법으로 '접합' 연작을 처음 내놓은 1974년 이전의 초기작까지 망라한다.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 전통을 단청 문양과 색감으로 되살린 1967년 작 '도시계획백서'와 길거리에 널린 철사와 철조망을 활용해 캔버스 양면을 모두 활용한 1974년 작품이 대표적이다. 2차원의 평면에서 탈피하고자 한 실험적 작업 방식이 돋보이는 보기 드문 작품들이다. 앵포르멜(추상표현주의) 회화 작업부터 전위 미술가 집단인 아방가르드협회(AG) 활동에 주력한 시기의 작업을 거쳐 접합과 이후접합, 2020년 이후 신작까지 묶었다.
단색화 열풍의 또 다른 주역 박서보(91)도 퀘리니 스탐팔리아에서 일본계 미국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 베트남 출신 덴마크 작가 얀 보와 3인전을 열고 있다. 박서보의 1970년대 연필묘법과 2000년대 이후 제작한 색채묘법이 퀘리니 가문의 대저택에서 펼쳐진다.
전광영(78)은 전통 한지의 매력을 베니스에 알린다. 한지로 싸고 묶은 다양한 크기의 삼각기둥들을 조형 작업의 재료 삼아 만든 부조와 조각, 설치 등 작품 40점을 병행 전시로 선보이면서다. 7년 전 '단색화'전이 열렸던 콘타리니 폴리냑에서, 당시 전시 기획을 맡았던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가 이번에도 큐레이터로 나섰다.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일과 함께 '한지 종이 접기'를 건축 형식으로 재해석한 '한지의 집'도 세워졌다.
한국 1세대 행위예술가인 이건용(80)은 유서 깊은 건물인 팔라초 카보토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신작 20여 점을 통해 1976년 처음 발표한 이래 실험을 거듭해 온 '바디스케이프' 연작의 가장 현재의 모습에 집중한다. 신체를 제한한 상황에서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그만의 독창적 방법론을 보여주는 제작 과정 영상과 그동안 작가가 펼친 퍼포먼스 아카이브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지닌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미학적으로 재조명하는 특별전 '꽃 핀 쪽으로'가 비엔날레 기간 내내 스파지오 베를렌디스 전시장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한 장(章)의 소제목에서 따왔다. 홍성담, 김창훈, 노순택, 박화연, 배영환, 서다솜, 안창홍, 진 마이어슨, 최선, 카데르 아티아, 호 추 니엔 등 국내외 작가 11명이 사진, 설치, 회화 등으로 5·18민주화운동을 동시대로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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