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부산영화제에서 첫 상영회 열어
6·25전쟁 중 만들어져 개봉했다가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영화 '낙동강'(1952)이 70년 만에 복원돼 첫 상영회를 열었다. '낙동강'은 '가고파'로 유명한 시인 이은상(1903~1982)의 동명 시를 바탕으로 했고,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곡을 쓴 유일한 영화라 문화사적 의미가 깊다. '낙동강' 상영회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 상영 행사를 통해 6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이뤄졌다.
'낙동강'은 대학을 마치고 낙동강변 고향으로 돌아온 일령(이택균)이 여교사이자 애인인 옥남(최지애)과 함께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령이 북한의 남침에 맞서 마을에 호를 파는 장면, 군 입대를 위해 떠나는 모습, 상이용사로 되돌아와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장면 등이 44분 영상에 담겼다. 도입부 무용가 조용자(1924~?)가 강변에서 춤추는 시적인 장면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부산 향토문화연구회와 무명영화연구소가 제작했고, 경남도청 공보과가 제작비를 지원했다. 영화 '자유만세'(1946) 출연 배우로 유명한 전창근(1908~1973)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부산 부민관에서 개봉했고 대구 자유극장에서도 상영됐다. '낙동강'의 디지털 복원 작업을 한 한국영상자료원의 김홍준 원장은 이날 상영회 후 열린 영화 설명회에서 "당시 부산은 임시수도로 문화계 인재들이 모여 있었기에 이런 영화 제작이 가능했다"며 "한국 영화사가 서울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영화가 실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낙동강'은 6·25전쟁 당시 실제 전투 장면이 삽입돼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성격이 섞여 있다. 김 원장은 "극장 밖을 나가면 영화 속 현실이 펼쳐지니 당시 관객들은 아무런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며 "픽션과 논픽션이 한 영화에 흥미롭게 결합돼 있고 이를 관객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낙동강'은 윤이상이 유일하게 남긴 영화음악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낙동강'의 음악은 작곡가 김동진(1913~2009)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낙동강'에 사용된 음악은 윤이상 작곡가의 미발표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와 주제 선율이 유사하다. '낙동강의 시'는 2017년 발견된 윤이상의 자필 악보로, '낙동강' 영화음악을 바탕으로1956년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김원철 음악평론가는 "윤이상 선생님은 독일 유학을 간 후 한국에서 작곡한 곡들을 공식 카탈로그에서 전부 다 삭제했다"며 "'낙동강의 시'는 윤 선생님이 현대음악 작곡가로 거듭나시기 전 전통적인 낭만주의 음악 방식으로 작곡한 마지막 작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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