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후변화로 극한 폭우 잦아질 수도...학내 연구기관서 대책 마련"
지난 8월 기록적 폭우로 서울대가 입은 피해가 약 30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구에 필요한 시설이나 도서관 장서가 두 달이 지난 아직까지 완전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로 국가 연구 자산이 소실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대에서 제출받은 '8월 폭우에 따른 재난 상황' 자료에 따르면, 8월 8일 서울 지역에 내린 381.5㎜ 폭우로 서울대 내 총 26개 기관이 약 302억5,8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중앙도서관(피해액 193억4,000만 원)이었다. 침수로 훼손된 연구 관련 장서만 약 10만 권이었다. 주로 피해가 발생한 곳은 국내외 학술지가 보관된 중앙도서관 지하 2층 연속간행물 보존서고다. 서울대는 "학술지 약 10만 권이 부분적으로 물에 젖어 페이지 흡착, 얼룩 발생, 변형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연속간행물 보존 서고에는 19세기 후반에 발간된 학술지도 보관돼 있어서, 다시 구입하거나 디지털 파일로 대체하기 어려운 책들이 다수다. 복구를 위해선 책을 한장씩 펼쳐 습기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수작업이 필요하다. 다행히 훼손된 장서 중 8만 권은 9월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학생들 봉사활동으로 복구됐으나, 2만 권에 대한 복구 작업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대에 따르면 기록적 폭우가 만들어낸 물길이 중앙도서관 중앙통로까지 이어져 지하 서고가 침수됐다. 관악산 상부에서 흘러온 빗물이 비탈에 위치한 중앙도서관 중앙통로로 들어찬 후 건물 지하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중앙통로는 평소에는 물이 들어올 일이 없는 곳인데 비가 워낙 많이 오다 보니 물이 들어찼다"며 "(폭우로 다시 통로가 침수되는 걸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 등을 준비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개별 단과대학에 있는 연구시설들도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단과대학 중에선 도서관 동쪽에 붙어 있는 인문대학 피해액이 약 14억8,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언어학과의 인공지능(AI) 자연어처리 연구에 필요한 컴퓨터 서버 총 6대 중 4대가 '복구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백업용 데이터가 저장된 장치가 남았지만 최근 2개월 데이터는 완전히 소실됐다.
사범대학의 경우, 폭우 당일 흘러온 빗물과 토사로 5개 건물이 침수돼 전기·통신·기계 등 기반시설이 파괴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화학교육과의 실험실 중 한 곳은 연구기자재와 시약 등이 파손돼, 복구에만 9억 원이 소요될 거라고 사범대학은 추정하고 있다.
서울대는 기후변화로 지난 8월 같은 폭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학내 연구기관을 통해 근본적 수해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는 한국일보에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의 강우가 고빈도·고강도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내 연구기관을 통해 수해 방지 대책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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