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험한 오염수가 방류된다]
핵 전문가 달노키 베레스 교수의 우려
"해류보다 어류 통한 오염 확산이 더 빨라"
"한국 정부, 도쿄전력에 정보 더 요청해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처리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방류를 앞둔 오염수가 어떤 상태로 저장돼 있는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2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심각한 사안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막스플랑크 핵물리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그는 카이스트 초빙교수로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형모듈형원자로(SMR)도 연구 중이다.
핵 전문가인 달노키 베레스 교수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건 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큰 탓이다. 2017년부터 4년 3개월 동안 ALPS 처리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측정 데이터를 분석한 그는 “ALPS 시스템의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ALPS 처리수에 담긴 방사성 물질의 비율 격차를 들었다. “스트론튬-90과 세슘-137은 반감기가 비슷해 보통 비슷한 비율로 있는데, 데이터에선 1만6,000배까지도 차이가 났어요.”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해당 자료를 축소·누락하지 않은 이상, ALPS의 성능을 전적으로 믿긴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ALPS를 거친 130만 톤의 오염수가 1,066개 수조에 담겨 있다.
태평양 소재 섬나라 17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도 이달 18일 공식 성명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밝히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방류 연기를 요청했다. PIF는 오염수 방류 시 주력 산업인 어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노키 베레스 교수는 PIF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과학자문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국내외에서 해류를 통한 후쿠시마 오염수 유입 우려 목소리가 나오지만, 달노키 베레스 교수는 원전 오염수 방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려면 “해류 확산뿐 아니라, 해양 퇴적과 먹이사슬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먹이사슬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섭취한 어류의 이동 속도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확산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며 “제일 비용이 적게 드는 방안(해양 방류)을 택한 일본 탓에 전 세계는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중국 연구진은 해양생태계 유전자 변형과 해양식품에 대한 거부감, 인체 위해성 등의 충격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5년 안에 한국·중국·일본·캐나다·러시아를 거쳐 10년 안에 미국·멕시코·베트남·인도네시아까지 확대되면서 전 세계가 2,198억 달러(약 271조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달노키 베레스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한국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도쿄전력에 오염수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요청해야 하고, 해당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따져 물어야 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사무소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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