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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그늘'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작가들 약진... 이성자 최고가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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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그늘'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작가들 약진... 이성자 최고가 경신

입력
2024.05.30 20: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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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초기작 '그림자 없는 산'
작가 최고가 14.4억 원에 낙찰

지난 28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크리스티 상반기 이브닝 경매'에서 이성자의 '그림자 없는 산'이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크리스티 제공

지난 28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크리스티 상반기 이브닝 경매'에서 이성자의 '그림자 없는 산'이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크리스티 제공

한국 추상화 1세대 작가인 이성자(1918~2009)의 그림이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4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이성자의 최고 판매가이자 국내 여성 작가 중 최고가 기록이다.

28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크리스티 상반기 이브닝 경매에서 이성자의 1962년 작 '그림자 없는 산'은 추정가 400만~600만 홍콩달러를 훌쩍 넘긴 819만 홍콩달러(약 14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해외 컬렉터로 알려진다. 이성자의 종전 해외 경매 최고가는 2022년 크리스티 홍콩에서 567만 홍콩달러(당시 환율 약 9억 원)에 낙찰된 1961년 작 '갑작스러운 규칙'이었다.

네모, 세모 등 기하학적 도형이 조화를 이루는 추상화인 '그림자 없는 산'은 프랑스에서 활동한 이성자의 한국에 남겨 둔 자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대작이다. 29일 '데이 경매'에 출품된 이성자의 후기작 '천왕성의 도시 4월 No.1(2007)'도 최고 추정가 300만 홍콩달러(약 5억3,000만원)를 웃도는 가격에 팔렸다.

이성자를 포함한 정영두, 손동현, 전현선, 김수연 등 한국 작가 5명이 종전의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등 이번 경매에선 한국 작가들이 약진했다. 경매 전체로 눈을 돌리면 고금리와 전쟁 등으로 인한 불경기의 그늘이 여전하다. 이번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총 9억6,300만 홍콩달러(약 1,696억 원)로, '얼어붙었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해 하반기 경매 낙찰 총액인 10억5,000만 홍콩달러에 못 미친다. 이번 경매 최고 화제였던 앤디 워홀의 '플라워' 연작 중 한 점이 6,662만 홍콩달러(약 117억 원)에 낙찰됐는데, 최소 추정가인 6,280만 홍콩달러를 조금 웃도는 액수다.

르네 마그리트, 마르크 샤갈 등 20세기 거장의 작품은 모두 팔렸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불황에는 동시대 작가보다는 검증된 20세기 작품이 인기가 많다는 통설을 보여주는 경매였다"고 말했다.

이성자 '그림자 없는 산', 1962년 작, 95.8 x 193.5cm. 크리스티 제공

이성자 '그림자 없는 산', 1962년 작, 95.8 x 193.5cm. 크리스티 제공


홍콩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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