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반구천에서 어반아트로' 전시
오는 27일 개막… 존원, 빌스, 토마 뷔유 등
세계 거리예술가 8인 작품 300여 점 선보여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2.5m, 너비 9m 바위벽에 고래와 호랑이, 사슴 등 300점이 새겨진 선사시대 바위그림이다. 공공장소에 그려진 낙서나 이미지 등을 총칭, 현대 도시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그라피티(graffiti)와 반구대 암각화의 유사성에 주목한 전시회가 열린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오는 27일 개막, 10월 27일까지 4개월간 열리는 전시 ‘반구천에서 어반아트로’는 제목 그대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도시 예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선사시대 암각화를 그라피티, 미디어파사드, 행위 예술 등 현대미술에서 가장 '힙한' 어반아트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시에는 거리예술가 존원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포스터 ‘Hope’로 유명한 셰퍼트 페어리, 샤넬과 루이비통 등 브랜드들의 로고가 흘러내리는 듯한 작품으로 상업주의를 비꼰 제우스, 대규모 인물 사진 콜라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한 제이알, 경매 사상 생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로 이름을 올린 제프 쿤스 등 8명이 참여해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현대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 대표기업과 협업하는 깜짝 퍼포먼스도 펼친다.
기획사 포모나와 함께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는 “영국과 미국 등에는 이미 그라피티 아트타운이 형성돼 여행객들뿐 아니라 자국민들에게도 풍성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등록을 추진 중인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도시예술 애호가들을 울산으로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의 백미는 27일 오후 4시 30분 개막식에 선보이는 존원의 라이브 페인팅(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이다. 1963년 뉴욕 할렘에서 나고 자라 1987년 프랑스로 이주한 그는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구도로 거리 낙서를 예술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하기도 했다. 전시 기간 중 그린 작품은 인근 대학 등에 기증한다.
작가 제이알이 진행하는 시민참여 프로젝트도 볼거리다. 제이알은 ‘우리가 영웅이다’라는 주제로 미술관 외벽에 평범한 시민들의 상반신 흑백 사진을 이어 붙여 대규모 이미지를 만들 예정이다. 2008~2010년 그가 제작한 '여성은 영웅이다' 프로젝트가 부당한 위협을 겪는 여성들의 실상을 드러냈듯 이번 작품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허정선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울산은 고대 암각화가 있는 유구한 역사문화도시”라며 “일상과 동떨어진 형식주의 미술관의 벽을 무너뜨리고, 도시의 개방성이 갖는 힘을 일깨우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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