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포스터 내용 규제 없는 일본
NHK당, 기부금 받아 동물 사진 도배
나체·유흥업소 광고 넣은 포스터도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거 포스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 고양이는 물론 여성 나체 사진에 심지어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일본 땅'이라는 황당한 포스터까지 도내 곳곳에 걸렸다. 선거 포스터를 규제하지 않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25일 일본 NHK방송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도선거관리위원회에는 다음 달 7일 치러질 선거를 앞두고 후보와 상관없는 포스터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도내 곳곳에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 사진 24장이 붙은 선거 게시판이 등장해서다. 동물 사진이면 그나마 낫다. 나카노구 한 게시판에는 분홍색 바탕에 여성 얼굴을 넣은 포스터 24장이 붙었는데, 유료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는 QR코드를 새겼다.
외국인 혐오·차별 포스터를 붙이고 자랑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지난 21일 신주쿠 코리아타운과 조선학교 앞 선거 게시판에는 일장기와 함께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포스터와 '납북 피해자를 돌려보내라'고 적은 포스터가 24장씩 붙었다. 해당 포스터를 붙였다고 주장한 사람은 엑스(X·옛 트위터)에 "조선학교 앞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였더니 반향이 대단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민당 "생각 못한 공직선거법 문제, 개정 필요"
게시판에 이상한 포스터를 도배하는 곳은 일본 원외 정당인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NHK당)'이다. NHK당은 이번 선거에서 '선거 게시판을 접수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부금을 낸 사람에게 도내에 설치된 선거 게시판 1만4,000곳 중 한 곳에 자신이 원하는 사진 24장을 붙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24장인 이유는 NHK당이 이번 선거에서 지원하는 후보가 24명이기 때문이다. 니혼테레비(NNN)에 따르면 NHK당이 이러한 방식으로 모은 기부금은 약 650만 엔(약 5,660만 원)에 이른다.
NHK당이 지원하는 후보는 아니지만 자신의 나체 사진을 선거 포스터로 만들거나, 유흥업소 광고를 넣은 포스터도 등장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지만, 일본 경찰청은 풍속법 위반 혐의로 해당 후보자들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포스터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일본 공직선거법상 관련 규제가 없어서다. 포스터 내용이 다른 후보자를 응원·비방하거나 허위 내용이 아니라면 괜찮다. 후보자 얼굴이 없어도 되며, 포스터 모양이 사각형이 아니어도 된다.
일본 정치권은 뒤늦게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공직선거법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법 개정을 포함해 대응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