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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의 새 장르 '교칠회화'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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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의 새 장르 '교칠회화'를 아시나요

입력
2024.12.26 08:00
수정
2024.12.26 09:39
23면
0 0

<교칠회화 개척한 김준래 작가>
전통 옻칠기법 응용해 새 기법 창시
강렬한 색감 한국화 감성으로 풀어
"옻칠 예술 가치 높이는 역할 하고파"

전통 옻칠기법을 응용해 '교칠회화'라는 옻칠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김준래(45) 작가가 2013년 교토시립예술대 대학원 재학 중 창작한 교칠회화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형권 기자

전통 옻칠기법을 응용해 '교칠회화'라는 옻칠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김준래(45) 작가가 2013년 교토시립예술대 대학원 재학 중 창작한 교칠회화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형권 기자

“옻칠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제 작품이 기여한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특유의 색감과 광택을 뽐내는 도료이자 천연 소재로 사랑받아온 옻칠. 하지만 합성물감에 밀리면서 옻칠의 존재감은 갈수록 사그라들고 있다. 전통 옻칠 기법 중 하나인 변칠기법을 응용한 '교칠회화'를 개척한 김준래(45) 작가는 “전통 공예에 주로 머물고 있는 옻칠이 회화 재료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면 또 다른 K컬처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옻칠은 인공도료가 낼 수 없는 강렬한 색감과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는 천혜의 도료"라는 김 작가를 23일 서울 방배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교칠은 두부나 계란과 같은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재료를 옻과 섞어, 옻의 점성을 높인 겁니다. 목판에 구상한 형체를 교칠로 그린 후 안료와 옻을 섞은 색옻을 여러 번 덧발라 색을 조합하고 대상을 표현하는 식이죠.”

한국화를 전공한 그가 옻칠을 접한 것은 대학 재학 시절. 지인으로부터 전통 옻칠의 색감이 오묘하고 오랜 시간 형태를 유지한다는 말을 듣고 흥미를 느꼈다. 이후 옻칠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대학 졸업 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3년 교토시립예술대학 옻칠공예과 연구유학생으로 입학한 그는 석사·박사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옻칠기법 연구에 빠져들었다.

그를 교칠회화로 이끈 것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교토의 봄날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거리의 벚꽃잎에서 영감받아 현대적 감각으로 ‘꽃잎을 뿜어내는 고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첫 작품이었다. 교칠회화는 목판 위에 삼베나 소창을 붙이고, 황토와 옻을 섞어 만든 '토회'를 평평하게 올린 후 캔버스에 해당하는 면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김 작가는 “사포질로 속에 감춰졌던 옻의 강렬한 색을 끌어낼 때가 제일 황홀하다”며 “그 속의 분홍색 보라색 꽃잎이 회화적으로 드러나는 매력에 취해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교칠기법은 일본에서 주로 식기나 기물 장식에 쓰이는 기법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이 기법이 회화로 확장한 것인 만큼, 김 작가의 작품을 먼저 알아봐준 것도 일본이었다. 특히 기존 옻칠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밝고 화사한 색감의 그의 작품에 일본 예술계는 열광했다. 2014년, 2017년 교토에서 열린 개인전은 큰 호응을 얻었다. 옻칠 전공 교수들까지 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교토은행은 김 작가의 작품 2점을 사들여 본점 로비에 전시해 놓았다.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그의 작품이지만, 국내 옻칠 회화의 지평은 아직 그리 넓지 않다. 대부분의 옻칠이 공예 부문에 머물고 있어서다. 김 작가가 각종 SNS에서 ‘옻칠하는 아빠’라는 이름으로 옻칠 기법과 교칠회화를 알리고 있는 이유다. 그는 옻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시민들을 위해 지난해 별도의 교육장까지 열어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내년엔 교칠회화 전시회를 하자고 합니다. 국내 최초로 일반 대중에게 선을 보이는 자리가 되겠지요."

"교칠회화가 확산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는 말에, 그의 얼굴에선 옻칠처럼 부드러운 빛이 났다.

김준래 작가의 교칠회화 첫 작품. 김 작가는 교토시립예술대 유학생 시절 교토 거리에서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고래가 꽃잎을 뿜어내는 듯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형권 기자

김준래 작가의 교칠회화 첫 작품. 김 작가는 교토시립예술대 유학생 시절 교토 거리에서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고래가 꽃잎을 뿜어내는 듯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형권 기자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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