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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중립성 원칙 폐지…인터넷 요금 종량제 시대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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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중립성 원칙 폐지…인터넷 요금 종량제 시대 돌아오나

입력
2017.1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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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방통신위 “망 투자 위축” 판단

데이터 접속량, 내용 등에 따라

속도 등 차별 막던 원칙 폐기

구글-페이스북 등 플랫폼 타격

#2

세계적 기준 변화의 신호탄

우리 정부-업계, 해외 동향 촉각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확립한 ‘망 중립성 원칙(net neutrality)’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망 중립성 원칙이란 인터넷망 사업자(ISP)가 망 이용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ISP는 ▦데이터의 접속량이나 내용 등에 따라 이용자들의 서비스 속도를 차별하거나 ▦우선권을 주거나 ▦접근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인터넷망을 공공재로 간주하는 원칙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FCC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기구인 만큼 폐기가 확정되면 전 세계 인터넷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사업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들도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연방정부가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관리를 중지해야 한다”며 폐지 원칙을 밝혔다. 구체적인 폐기 방안은 22일 공개된다. FCC는 내달 14일 전체회의에 망중립성 원칙 폐기 안건을 상정하는데, FCC 위원(5명) 중 공화당이 다수(3명)이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 망 중립성 원칙을 강력히 지지했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5년 2월 FCC는 망중립성 강화규정을 통과시켰으나, 탈규제 기조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원칙이 ISP의 인터넷망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폐기 입장을 밝혀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망 중립성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13년 통신망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기준을 만들었다. 올 7월부터 망 중립성 고시 제정안도 시행되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면서 줄곧 망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유지돼 온 것이다.

이번 미국의 결정에 따라 국내 인터넷 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내 인터넷 업계는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 카카오 등 170여개 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차재필 정책실장은 “미국 결정에 유감이다”며 “지금까지 쌓아왔던 혁신이 다 무산될 위기”라고 밝혔다. 망중립성 원칙 덕분에 통신사들의 막강한 지배력이 콘텐츠 사업자 등에 미치는 것이 차단돼,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차 실장은 “통신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월정액 요금을 받고 있지만 과거처럼 종량제로 전환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부가통신 사업자들 서비스 접근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통신사들은 망 중립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5세대(5G) 시대가 열리면 사물인터넷, 가상ㆍ증강현실, 초고화질 콘텐츠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트래픽과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려면 망 중립성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종 미국의 결정에 담길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망 중립성이란 개념을 가장 먼저 꺼내 든 종주국이다. 그리고 이번 정책 변화는 정보산업의 우선순위를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업체에서 통신망을 가진 네트워크 사업자로 바꾸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송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미국에서 시작된 망 중립성 원칙으로 구글 등이 엄청난 혜택을 받고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미국의 망중립성 완화는 곧 글로벌스탠더드가 될 것으로 보여 완화 방식과 내용 등이 최종적으로 발표되면 해외 국가들의 반응을 고려해 국내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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