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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동성애와 군전력

입력
2017.04.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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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참모총장이 군 내 동성애자 색출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며칠 되지 않아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동성애가 화제가 됐다. 홍준표 후보가 25일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군 동성애는 국방 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문 후보가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하자 홍 후보는 “그래서 동성애에 반대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반대하지요“라는 답이 나왔다. 문 후보는 이어 동성애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지켜보던 심상정 후보가 답답했던지 이렇게 말했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얘기가 아니다. 성 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돼야 하고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다.“

▦ 세계 최강 미군은 오랫동안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금지해 왔다. 클린턴 정권에서 합법화를 꾀했지만 군부와 기독교 보수파 등의 반발에 부딪쳐 나온 것이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규정이다. 동성애자라는 것을 감춘 상태로는 군복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규정은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폐지돼 동성애자임을 밝혀도 군복무가 가능해졌다. 2년 전에는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육군장관에 처음 동성애자가 임명되기도 했다. 유럽 주요국 중에는 이탈리아처럼 동성애자 군복무를 금하는 나라도 있지만 허용하는 쪽이 더 많다. 네덜란드는 오래 전 차별을 철폐했고, 프랑스 벨기에는 무간섭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은 미국처럼 금지에서 차별 철폐로 정책을 바꿨다.

▦ 기원전 4세기 그리스 테베에는 ‘히에로스 로코스’(신성부대)라는 보병 조직이 있었다. 남성 동성애자 150쌍으로 구성된 이 부대는 아테네와 연합해 스파르타를 몰아내는 데 큰 공을 세워 그리스 최강의 부대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연인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또 연인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다 보니 전력이 약해질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동성애와 관련해 그리스 등의 사례를 들며 이렇게 말한다. “생물학은 매우 폭넓은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사람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가능성을 금지하는 장본인은 바로 문화다.…문화는 자신이 오로지 부자연스러운 것만 금지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부자연스러운 것이란 없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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