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탄핵안 처리 시도 전에
민심 달래기 토론 밀어붙여
與 의원과 연쇄 면담도 거론
‘선의’만 강조하다 역풍 불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주쯤 ‘의혹 끝장 토론’에 나선다. 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 7시간 논란 등 박 대통령을 겨냥한 의혹들을 직접 해명하기 위해서다. 토론 개최 아이디어를 내고 밀어붙이는 것은 박 대통령 본인이라고 한다.
청와대 인사는 30일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박 대통령은 여러 의혹들의 참과 거짓을 밝히면 민심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여전히 스스로의 결백을 굳게 믿고 상당히 억울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1~3차 대국민담화에서 주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은 있지만 사심도, 사익 추구도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나 언론사 국장ㆍ부장들에게 즉석에서 질문을 받아 박 대통령이 시간 제한 없이 답변하는 형식이 검토되고 있다. 시기는 다음 주 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12월 9일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시도하기 전에 탄핵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다만 다음 주 초에 최순실 국정조사 일정들이 잡혀 있는 것이 변수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들과 연쇄 면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다양한 해명 기회를 마련해 무고함을 인정 받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이지만, 박 대통령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선의’만 강조하고 자신에 불리한 사실은 뭉개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에 나서면 더 큰 국민적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아울러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퇴진 로드맵을 국회가 만들어달라”고 제안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의 하야는 대통령 임기 5년을 명시한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60일 안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극심한 국정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박 대통령 퇴진 이후 정국을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계산은 없고, 국회가 로드맵을 정해 주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정말로 많이 내려 놓았다”면서 “29일 담화 발표 때 박 대통령이 다소 밝은 표정이었던 것은 현실 인식을 못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많이 비웠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3당이 박 대통령의 제안을 물리치고 ‘조건 없는 조속한 하야’를 압박하자 청와대는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여야의 움직임을 지켜볼 뿐,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난처해 했다. 청와대는 다만 박 대통령이 “국회가 퇴진 일정과 법 절차를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 개헌을 퇴진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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