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소유한 광고기획사
박 대통령 순방 기획 단계부터
업체 선정 절차없이 일감 맡겨
9월 국감 때 조직적 은폐 의혹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가 실소유한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가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 행사를 대행한 과정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음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인했다.
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은 박 대통령의 지난 4월 멕시코 순방과 5월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ㆍ우간다ㆍ케냐) 순방 당시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플레이그라운드를 참여시켰다고 밝혔다. 사실상 청와대가 업체를 주선해 주고 해외문화홍보원은 별도의 업체선정 절차 없이 플레이그라운드에 일감을 맡긴 것이다.
세계 각국에 주재한 한국문화원들을 총괄하는 해외홍보문화원은 지난 2월 초 멕시코 순방 행사를 기획하며 교육문화수석실로부터 소개 받은 플레이그라운드 소속 전모 이사를 참여시켰다. 3월 초에는 아프리카 순방국들에 대한 현지 조사를 위해 전씨와 사전 답사도 다녀왔다. 이후 해외문화홍보원은 플레이그라운드와 행사 대행 계약을 체결해, 설립 6개월밖에 안 된 신생 광고기획사가 두 건의 해외 순방 행사를 잇따라 따냈다. 문체부는 별도의 공모나 경쟁입찰 없이 플레이그라운드에 민간경상보조금 15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플레이그라운드는 4월과 5월 대통령 순방 문화행사를 진행했고, 아프리카 순방 당시 K스포츠재단이 운영하는 태권도 시범단 K스피릿의 태권도 공연을 포함시켰다. 또 순방 행사 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문체부에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주요 이력에 실체가 없는‘미르재단 K프로젝트 실행’을 적어 넣었다가 최근 논란이 되자 “의료재단을 미르재단으로 잘못 기재했다”고 해명했다. 플레이그라운드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맞춤형 기획사로 설립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다.
문체부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순방 행사 대행업체 선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순방 행사는 원칙적으로 해외문화홍보원에서 기획하고 추진한다는 입장이었다. 김갑수 해외문화홍보원장은 “순방 공식 일정이 확정되기 전까지 보안문제 때문에 (업체선정 공고를 내지 않고) 경험 많은 연출가를 선정해 사전에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거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체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기획 단계부터 플레이그라운드를 소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 해외 순방은 워낙 일정이 긴박하게 돌아가 믿을 만한 업체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병욱 의원은 “청와대가 문체부와 공모해 최씨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했으며, 국정감사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문체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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