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벽보는 역사 교과서에 실릴 것입니다.”
확신했다. 파격적인 구성으로 보는 이들로부터 의구심을 자아냈지만 그의 자신감은 충만했다. 다른 후보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의 대선 선거 벽보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제석(35) 광고연구소 대표는 17일 오전 한국일보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포스터 제작을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조언을 해주면서 포스터의 최종 마무리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안 후보와 예전부터 알던 인연으로 홍보 전반에 대한 가이드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 후보 측 포스터 뿐 아니라 홍보차량, TV영상 등도 조언했다”며 “’복잡하게 하지 말고 단순하게 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지방대 출신의 이 대표는 국내에선 빛을 보진 못했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세계 최고 권위의 ‘윈쇼 페스티벌’(최우수상)과 ‘클리오 어워드’(동상), ‘에디 어워드’(금상) 등을 포함한 국제 광고제에서 29개의 메달 획득과 더불어 실력을 인정 받으면서 광고계 실력파로 알려졌다.
이 대표 “안 후보와 예전부터 인연… 홍보차량, TV영상 등도 조언”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이번 선거벽보와 관련 “표현과 디자인, 광고 전반에 대한 포맷, 매너, 시각 중심의 메시지에 주안점을 뒀다”며 기존 포스터의 ‘읽기’ 문법을 깨고 ‘보기’에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포스터를 ‘읽는’ 시대는 갔고,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포스터에서 국민의 당 로고가 어디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이 바로 통념이다. 삼각 뿔만 보여도 국민의 당이라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온라인에서 선거 벽보와 관련 ▦안 후보의 얼굴과 몸이 서로 다른 날 찍은 사진을 합성했다 ▦얼굴의 좌우 대칭이 바뀌었다 ▦안 후보의 그림자가 남겨졌다 등 여러가지 추측과 분석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그는 “꿈보다 해몽인 측면이 큰 분석이 많다”며 “기본적으로 이 포스터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느라 저예산으로 진행된 작품”이라고 답했다.
안 후보의 얼굴과 몸이 합성된 것이 아니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몸과 얼굴 디자인은 작업자가 판단한 부분이지만, 제가 판단하기로는 인위적으로 웃고 찍은 사진보단 자연스러운 사진이 낫다. (웃는 사진이)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이니까 평소 사진을 쓰라고, 있는 사진 중 그런 요소가 가장 좋은 사진을 쓰라고 조언했다.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얼굴을 변형해서 달라 보이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얼굴의 좌우 대칭이 바뀐 부분에 대해 이 대표는 “작업 중 생긴 우연”이라며 “이미 사진자체의 질이 좋지 않다. 디자인 과정에서 색깔이 맞지 않거나 빛 방향이 맞지 않는 부분을 맞추려 하다 보니 구조적 결합을 위한 포토샵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뒤로 생긴 그림자를 지우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그림자도 자연스러움의 일환”이라며 “의도됐거나 전략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 포스터 ‘읽는’문법… ‘보기’문법으로 파격 추구”
이 대표는 온라인 상에서 이번 포스터가 화제가 된 것을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대선 포스터는 포장하는데 급급 하다 보니 포장을 벗기니까 놀란 것”이라며 “패션쇼 한다고 다들 차려 입었는데 혼자 알몸으로 나타난 격이다. 그런데 몸매가 근사했던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 대표는 “지금 (대선후보자들의 포스터를)보면 판박이처럼 똑같은 포스터인데 그러면 정치를 해도 똑같이 간다”며 “영화 포스터만 봐도 재미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대선 후보 포스터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이 보인다. 포스터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포스터는 안 후보의 과감한 ‘결재’가 반영된 것이다. 저런 포스터로 최종 결정을 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번 안 후보의 선거 벽보의 파격성을 강조하며 “훗날 역사교과서에 실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기준은 ‘읽기’에서 ‘보기’로 가고 있고, 저는 그 전환점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라며 “이 포스터는 한 시대를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작업으로, 다음대선 땐 더 희한한 것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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