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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고 싶고 알리고 싶어요"… 벽안의 학생들 공부 삼매경

입력
2015.08.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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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6월 해외 대학원생 대상

역사 문화 사회 등 망라 맞춤교육

하버드·UCLA 등서 교환학생 보내

전담교수 10여명과 토론·탐구

미래의 한국학 연구자를 꿈꾸는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인터유니버시티센터(IUC) 1기 입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 세미나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들은 양반다리를 불편해하면서도 "한옥의 아름다움에 반해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왼쪽 세 번째부터 프레데릭 히긴스, 앨리스 윤, 나다니엘 킹던, 노라 하우크. 성균관대 제공
미래의 한국학 연구자를 꿈꾸는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인터유니버시티센터(IUC) 1기 입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 세미나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들은 양반다리를 불편해하면서도 "한옥의 아름다움에 반해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왼쪽 세 번째부터 프레데릭 히긴스, 앨리스 윤, 나다니엘 킹던, 노라 하우크. 성균관대 제공

‘겐지이야기’와 ‘홍루몽’은 일본과 중국의 고전이지만 지금은 세계인이 즐겨 읽는 필독서다. 그 뒤에는 두 책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소개한 서양의 학자와 지식인들이 있다. 늦었지만 미래에 한국을 세계무대에 알릴 주인공들을 교육하는 전문기관이 있다. 한국을 공부하고 싶은 해외 대학원생들에게 한국학을 맞춤 교육하는 성균관대 인터유니버시티센터(IUC)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나다니엘 킹던(33)의 전공은 ‘한국 회화사’다. 11년 전 경기 가평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그는 우연히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74)의 그림을 보고 한국 회화에 푹 빠졌다. 이후 그림 감상을 위해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와 삼청동과 인사동 갤러리를 훑었고 2011년 아예 UCLA에 입학해 ‘조선 궁중 미술’을 전공으로 삼았다.

미국 여성 노라 하우크(34ㆍ미시건대 인류학)도 한국의 매력에 흠뻑 젖어 있다. 노라는 “어머니 친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2004년 무작정 한국을 찾아 여러 시대 건축이 뒤엉킨 서울의 모습에 감동을 느껴 도시와 건물을 공부하고 있다. 15일 만난 노라는 “서울은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 개발 시대와 세련된 최신 카페가 함께 존재하는 역사의 파노라마 현장”이라고 말했다.

벽안(碧眼)의 두 외국인 학생은 성균관대가 올해 6월 설립한 IUC의 ‘1호 입학생’ 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IUC는 미래 한국학 교수를 양성하기 위해 해외 대학원생들에게 학술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 문화 사회 등을 집중 교육하는 기관이다. 성균관대와 협약을 맺은 하버드, UCLA 등 미국 유수 대학들이 교환 학생을 보내고 IUC가 전담해 가르친다. 나다니엘과 노라 외에도 각각 불교와 지리학을 전공한 프레데릭 히긴스(46)와 앨리스 윤(36ㆍ여)이 공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비해 한국을 알리고 연구하는 한국학 보급에 소홀했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웃 일본은 1961년 일찌감치 미 스탠퍼드대와 공동으로 학술 일본어 교육기관(IUP)을 설립해 일본 전문가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중국도 1963년 베이징(北京) 칭화대에 관련 기관을 만들어 중국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 학생들을 흡수하고 있다.

IUC 입학생들의 성과는 한국 전문가를 집중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곳에서 수학한 외국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은 깊고 다양하다. 노라는 서울 종로구 서촌을 대상으로 마을이 발전하면 임대료가 치솟아 주민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심취해 있다. 앨리스는 한국의 귀농ㆍ귀촌 문화를 조사하고, 프레데릭은 원불교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는 5년간 탈속(脫俗)해 전남 영광의 한 사찰에서 승려로 지내며 연구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물론 한국학 연구가 학생들의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다. 낯선 언어와 환경은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IUC는 동아시아학, 인류학 등 전담 교수 10여명을 두고 전공에 따른 맞춤형 자문을 하고 있다. 매주 월~목요일 하루 5시간 한국의 소설, 철학, 사회학 등 인문 과목을 집중 수강하고 금요일에는 한국 석학들의 특별 강좌를 듣는다. 나다니엘은 “18세기 조선 미술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데, 옛날 사회구조와 한문 등 어려운 부분이 많아 교수님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차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나 전문 연구자를 꿈꾸고 있다. 노라는 연세대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조한혜정 교수처럼 한국 근대사회와 자본주의에 천착한 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노라는 “처음 서촌에서 홈스테이를 했을 때 늦은 밤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요리를 해 주던 주인 아주머니의 정을 잊지 못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따뜻함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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