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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없으면 전세계 블랙아웃” 한수원의 엄포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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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없으면 전세계 블랙아웃” 한수원의 엄포 광고

입력
2016.0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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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영화관 곳곳서 상영

“공포 자극 원전 당위성 강조” 비판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작한 극장용 원전 홍보 영상이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 원자력발전을 일방적으로 찬양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수원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시티’라는 제목의 홍보 영상을 이달까지 3개월 동안 전국 주요 지역 극장에서 내보내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 전체 스크린의 20% 정도가 한수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수원 예산 약 3억원으로 집행됐다. 한수원은 지난해 약 2조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고를 본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원전 필요성을 강요하고 있다”며 “황당하고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영상은 2035년 서울의 어느 건물에서 갑자기 조명이 꺼지며 터져 나오는 비명 속에 아수라장이 된 실내를 보여준다. 건물에 갇힌 한 가족은 “어딘가 전기가 남았을 거야”라며 무엇인가 열심히 찾는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필요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전기를 모았다 꺼내 쓸 수 있게 만드는 대형 배터리인 ESS는 전력당국이 에너지 신산업으로 홍보하는 기술이다.

한수원이 공급한 극장용 광고의 한 장면. 광고 동영상 캡처.
한수원이 공급한 극장용 광고의 한 장면. 광고 동영상 캡처.

블랙아웃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상황 속에 ‘잿빛 어둠이 세상을 뒤덮는 날, 충격과 공포가 시작된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이어서 한 남성이 “아, 원자력발전만 있었어도…”라는 말과 함께 두 손을 모으며 끝난다.

결국 원자력발전이 없으면 전 세계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일부 누리꾼은 “마치 전기를 아껴 쓰지 않아서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처럼 표현한 대사는 한수원이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며 영상 속 대사를 문제 삼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책 홍보를 위해 일부러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내용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영상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원자력발전 아니면 블랙아웃이라는 일방적인 생각이 그대로 들어 있다”며 “오히려 발전원의 대다수가 원자력일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 위험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이 없는 미래의 상황을 가정해 고갈돼 가는 화석연료보다 오래 쓸 수 있는 원자력의 장점을 알리고자 했다”며 “영화 예고편처럼 만들기 위해 공포스런 상황을 설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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