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31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공화국(Republic of Nauru)의 유일한 국경일이 1월 31일, 독립기념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의 신탁통치령으로 존속하다 1968년 오늘 독립했고, ‘잔혹 동화’ 같은 공화국의 역사도 그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면적 21㎢에 인구 9,591명(2016.7월 현재), GDP 1억5,000만 달러, 1인GDP 1만4,800달러(2015년 기준), 서비스업 60.8%, 기타산업 33%, 농업 6.1%, 취업자 대부분은 인광석 광산과 공무원, 교통ㆍ교육 등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 CIA 자료.
위키피디아를 포함해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들은 나우루의 비극을 과장하고 있다. 자원(인광석)만 팔아 흥청망청 살다가 어업 등 생존 기술과 의욕을 잃고, 자원이 고갈되면서 희망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노동 없이 사는 데 익숙해져 사치와 낭비가 극심하고,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으로 기대 수명도 짧다는 이야기.
노천 인광석이 고갈돼 2006년 무렵 채굴이 중단된 건 맞다. 하지만 지표 아래에는 향후 30년간 채굴할 만큼의 2차 자원이 있다. 각성한 청년 지식인들이 ‘The Visionary’라는 독립 언론을 창간했고, 정부 부패와 무능을 극복하자는 기치로 개혁 정당도 만들었다. 비만율이 높고 평균 수명이 짧은 것도 맞지만, 인근 국가 평균에 비해 표나게 열악한 정도는 아니다. ‘나우루의 비극’ 서사들은 근로의욕의 저하를 경계한 산업 이데올로기가 빚은 작화의 혐의가 짙다.
‘구아노’라 불리는 비료(새똥) 전쟁은 19세기 남미에서 이미 시작됐다. 수만 년 조류와 포유류 배설물이 쌓여 형성된 천연 비료 구아노는 식물 영양소와 유용한 곰팡이ㆍ세균 성분이 풍부해 19세기 유럽 1차 농업혁명의 거름이 됐다. 그 자원으로 식량을 비축한 유럽 강국들은 제3세계의 새로운 자원을 착취할 힘을 얻었고, 페루와 볼리비아 칠레 등이 그 덕에 잠깐 곁불을 쬐다가 그 탓에 점차 황폐해졌다. 나우루공화국은 가장 최근에 저 전철을 밟은 국가였다. 9.11이후 철퇴를 맞았지만, 나우루공화국이 여권 장사나 검은 돈 세탁 금융 등으로 외신의 뭇매를 맞은 것도, 다시 서보려다 일으킨 잡음이었다.
나우루의 교훈이 있다면, 그 교훈은 표층 아래에 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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