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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없으면 태풍·화재 등 재난 때 충격흡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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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없으면 태풍·화재 등 재난 때 충격흡수 못해

입력
2014.07.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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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이상 대피공간 의무화 불구, 주방 구석 등에 설치 접근 어려워

구조 기다리는 역할밖에 못해

확장공사비 수천만원 드는 것도 가구 등 기타 옵션 많이 때문

분양가ㆍ시세 올리는 결과 초래

확장ㆍ비확장 세대 간 과세 불평등에 냉ㆍ난방비 증가, 결로 현상까지

태풍으로 아파트 외부 창문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으로 아파트 외부 창문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초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파크타운대림 아파트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지진이나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대낮에 수십 세대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알고 보니 건물 사이에서 용오름(일종의 회오리) 현상이 발생해 거실 밖 유리창들이 강풍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들은 발코니를 화제로 올렸다. 사고의 이면엔 사실 발코니 확장공사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1990년대 지어진 이 아파트는 대부분 세대가 발코니를 없애는 확장공사를 했는데, 확장공사를 하지 않은 일부 세대의 경우 유리가 깨진 사례가 적었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한 주민은 “발코니가 있었다면 거실에서 TV를 보다 직접 유리파편을 맞는 일은 없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발코니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큰 문제들은 대체로 안전에 관한 것이다. 발코니는 건축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일종의 완충공간이기 때문에 바깥으로부터 전해오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한 건설사의 건축기술팀 관계자는 “9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나중에 창틀 공사를 추가로 한 곳들이 많아 태풍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대피 공간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점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2005년 말 발코니 확장공사가 합법화되는 대신 4층 이상의 아파트는 별도 대피공간이나 옆집과 통하는 경량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대피공간 구실만 할 수 있다면 거실 쪽이 아니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확장형으로 시공되는 아파트들은 공간 활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대피공간을 대부분 주방 구석 등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두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의 대피공간은 옆집이나 건물 밖으로의 탈출이 아니라 방화문을 닫은 후 구조를 기다리는 곳으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이 일자 최근 서울 강서구에 입주를 시작한 한 아파트는 비상시 탈출구라는 명목으로 발코니 공간 바닥에 50㎠ 크기의 문을 설치했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이 문을 통해 아래 집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큰 반발을 샀다.

실제 2005년 확장공사가 합법화될 당시 소방방재청은 발코니가 위층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 외부로의 탈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발코니가 사라진 아파트에서 화재가 날 경우를 떠올리면 아찔하다”며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라고 지적했다.

확장공사비(발코니 대신 주거공간으로 꾸미는 비용)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100% 확장형 아파트가 늘다 보니 사실상 분양가와 아파트 시세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확장공사비는 창틀(단열창 설치비용)과 공사비(골조 및 마감), 가구(가구 및 인테리어) 등으로 구성되는데, 국토부의 확장비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문제는 발코니를 유지하는 공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아파트마다 차이가 크겠지만 발코니를 설치할 경우 난간 등 비용이나 세대별로 다른 시공을 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확장형과 비교해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확장공사비가 1,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이유는 가구 등 기타 옵션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확장공사 옵션으로 포함되는 주방가구나 설비 등이 날로 고급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분양시 확장공사비 명목으로 각종 옵션을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일종의 끼워팔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일부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확장공사비를 무료로 하는 등 비용이 각각인 점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계약자가 원치 않으면 마이너스 옵션처럼 뺄 수 있게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양시 확장형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거나 아예 확장형만 분양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적어도 10~20% 정도의 소비자는 발코니를 원할 것”이라며 “전용면적에서 제외된 서비스 공간으로 제공되는 발코니가 설계도면에서조차 사라진 채 시공을 한다면 면적 산출 기준을 재정비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중소형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점, 확장과 비확장 세대 간 과세 불평등, 확장으로 인한 냉ㆍ난방비 증가, 결로 현상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발코니의 경우 정책의 비가역성에 해당되는 경우로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개정령 시행 후 9년이 지난 만큼 현실에 맞게 보완적인 대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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