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군(軍) 세력이 휘두르는 막강한 권한 축소를 요구하며 세계 최장 단식투쟁을 벌인 사회운동가 이롬 샤르밀라(44ㆍ여)가 16년간의 단식을 마쳤다.
AP 통신 등은 9일(현지시간)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인도 사회운동가 이롬 샤르밀라가 단식 투쟁을 마치고 가석방 절차를 밟았다고 보도했다. 샤르밀라는 2000년 11월 2일 단식 투쟁을 시작한 지 정확히 15년 9개월 7일만에 손바닥에 꿀 한 숟가락을 떠 올려놓고 펑펑 울었다. 인도 마니푸르주 임팔 법원에 출석해 단식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후 가석방된 샤르밀라는 투쟁 동안 영양분을 공급 받던 튜브를 마침내 코에서 떼어 내고는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생각에 16년간 단식을 했지만, 이것으로는 아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정계 진출을 선언했다.
샤르밀라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단식을 이어 온 이유는 인도의 ‘군 특별권한법’(AFSPA) 때문이다. 그는 2000년 11월 마니푸르주의 자택 인근의 버스정류장에서 정부군이 주민 10명을 사살하는 것을 보고 군 특별권한법에 반대하는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군 특별권한법은 마니푸르 등 동북부 지역과 카슈미르에서 정부군이 반군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 또는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군은 테러와의 전쟁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인권단체는 국민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샤르밀라는 당시 단식투쟁 시작 직후 지역 경찰에 체포돼 교정치료시설로 보내졌다. 인도는 상당수 국가와 달리 자살 기도 시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는데, 경찰이 샤르밀라가 단식에 나선 것을 자살기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입건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샤르밀라가 구금상태에서도 식사를 거부하자 그의 코에 튜브를 삽입해 영양분을 공급했다. 이후 샤르밀라의 오랜 투쟁이 인도 안팎에 알려지면서 그는 아시아인권위원회상, 제8회 광주인권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단식을 해제한 샤르밀라는 “마니푸르 주 총리가 되고 싶다”며 정치적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년에 열리는 주의회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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