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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남성 33% “성폭력, 피해자 책임” 또래 여성과 인식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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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남성 33% “성폭력, 피해자 책임” 또래 여성과 인식차 커

입력
2018.04.05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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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 높을수록 동의 비율 급상승

20대 24%... 60세 이상 65%나

# 60세 이상 여성, 20대 남성의 2배

“순응ㆍ희생 강요 문화 세대” 해석

# 남성 53%, 피해자 실명 공개 원해

“미투 피로감에 무고 두려움” 분석

4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대표자회의의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고영권기자
4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대표자회의의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고영권기자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국민의 절반 가량(46.3%)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나 다름없는 이 주장에 대해 연령이 높을수록 동의하는 비율도 높아져 세대 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또 젊은층의 경우 남녀간 인식 차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대의 경우 여성은 동의한다는 비율이 13.2%, 30대는 21.7%에 그쳤지만, 남성은 20대와 30대 모두 33.7%로 큰 차이를 보였다.

노년층 가부장적 성의식 여전

한국일보가 지난달 29, 30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미투(#MeToo)’ 운동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 문항은 연령별ㆍ성별 성평등 의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질문이었다. 피해자에게 성폭력 책임을 전가하는 이 같은 주장은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는 것은 남성을 유혹한 것이다’ ‘여성이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은 것은 동의한 것이다’ 등 과거의 가부장적 성 관념을 대표하기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실제로도 모든 문항 중 이 문항은 성별ㆍ연령별 인식 격차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투’ 운동에 따른 최근 분위기를 감안할 때 ‘동의하지 않는다’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동의한다’는 응답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동의 비율이 남성은 50.8%, 여성은 41.9%로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났으나, 이보다 연령 차이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20대는 24.0%, 30대는 27.9%였던 ‘동의한다’ 비율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급상승해 40대 46.4%, 50대 58.0%, 60세 이상 64.9%에 이르렀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의 ‘동의한다’ 비율은 60.4%로 20대 여성(13.2%)의 약 5배, 20대 남성(33.7%)의 2배에 달했다. 6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도 훨씬 가부장적 성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60대 여성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응답도 74.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오랫동안 가부장적 문화에 순응할 것을 강요 받은 삶 속에서 형성된 관념이고 성평등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60대 이상 어머니 세대들은 가부장제에 순응하면서 오히려 딸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세대인데 이 문화가 일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면서 “오히려 20, 30대 여성의 경우 수치가 매우 낮게 나왔는데 이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성별 미투 지지 비율. 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성별 미투 지지 비율. 신동준 기자

20, 30대 남녀 성평등 인식 격차에 주목

‘성폭력 피해자 책임론’에 대해 세대 간 격차가 생긴 것은 성평등 교육의 영향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1990년대 후반에 초등학교 등 공교육에서 의무적으로 성폭력ㆍ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고, 그 세대들이 현재 20, 30대인데 남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희망적인 수치로 읽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20, 30대 남성의 ‘동의한다’ 수치가 생각보다 높다는 데 주목한 전문가도 있었다. 페미니즘 서적 ‘처음부터 그런 건 없습니다’의 저자인 여성학자 김홍미리씨는 “생각보다 20대 남녀의 인식 차가 크다”면서 “20, 30대 남성 3명 중 1명이 ‘피해자 책임론’을 얘기하는 건데, 보통 이런 설문을 받았을 때 도덕적으로 옳은 답을 고르는 성향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들은 온라인에서 여성혐오 담론을 이끄는 세대로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의한 박탈감이 여성에 대한 원망과 혐오로 이어지는 기제를 바꿔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명 미투’ 중시 등은 남성 불안감 반영

피해자 책임론 등 가부장적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도 전체적으로 남녀 구별 없이 10명 중 8명 이상(83.9%)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됐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은 대다수 남성이 미투 운동에 침묵으로 동조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투 운동의 흐름이 꺾였다는 댓글들이 있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부 남성들의 미투 운동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결과도 적잖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익명 미투’와 ‘실명 미투’ 중에서 여성은 다수(48.8%)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하는 편이 낫다’를 선택했지만 남성은 53.2%가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명으로 하는 편이 낫다’를 선택했다. 장 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 미투에 대한 피로감이 있고, 남성들에게 무고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국 사회 관행 때문에 ‘나도 들춰내면 혹시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고 그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피해자의 실명을 드러내라고 강요하는 방식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실제 조사에서 여성 10명 중 3명(28.7%)이 미투에 해당하는 성추행ㆍ성폭행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대부분 미투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피해자는 물론 가족까지 심한 비난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 때문에 성범죄 신고율이 2%밖에 안 되는데 가해자가 억울할 수 있다는 점까지 미리 염려해서 피해자의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실명이어야 진실성이 인정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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