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결 특별협의' 잠정합의
노조, 21일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2005년부터 지루하게 이어진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10년 만에 해법을 찾았다.
현대차는 사내 하도급 업체 대표, 정규직 노조, 울산 하청 노조 등과 14일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협의’를 갖고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05년 당시 문제가 된 사내 하청 근로자 6,800명 가운데 ▦2017년 말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6,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800명은 2018년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또 ▦근속기간 일부를 인정하고 ▦노사 쌍방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며 ▦해고자가 원하면 해당업체에 재취업을 알선하기로 했다. 노조는 21일 투표를 통해 이날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들의 찬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아산, 전주 하청 노조와 4,000명을 고용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에 2,000명을 추가로 늘렸다”며 “남은 800명도 추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비정규직 문제가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2005년 해고된 최병승(39)씨가 “현대차의 직접 지시를 받고 근무했기 때문에 사내하청 업체는 해고 권한이 없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면서 시작했다. 대법원은 2010년 7월 현대차의 파견 근로는 불법이라며 최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1,247명도 정규직으로 인정 받기 위해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내며 정규직화 소송이 크게 확산됐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은 1심 판결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은 사측과 노조 갈등으로 이어졌다. 2010년 11월 비정규직 노조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1공장을 25일간 점거했다. 2012년 사내 하청업체 대표와 정규직 노조까지 모인 특별협의가 성과 없이 끝나자 일부 노조원들이 울산공장 인근 철탑에서 295일간 농성을 벌였다. 이 와중에 사측과 노동단체들이 충돌했고, 사측은 비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민ㆍ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공장점거 손해배상액만 213억원을 넘었다.
이에 대한 돌파구는 지난해 8월 18일 사측과 전주ㆍ아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화 특별채용 합의’로 마련됐다. 2015년까지 사내 하청 근로자 4,000명을 특별고용하고 이후 수요가 발생하면 하청 근로자를 일정 비율로 고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울산 비정규직 노조는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을 근거로 전원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합의를 거부했다. 지난 9일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시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날 합의에 대해 “노사 모두 시간을 끌어봤자 손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이 회사의 ‘사내 하청 근로자 정규직 특별채용’에 지원하는 등 힘이 줄어들고 있고, 법원이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인정해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회사 역시 1심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으면 불법 파견기업이라는 낙인과 함께 소를 제기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소급해 줘야 할 임금이 부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합의 주체들이 법 판결에 앞서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며 “국내 산업계가 직면한 사내 하도급 문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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