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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이라도 거실 넓혀 살고 싶다...발코니는 찬밥 신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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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이라도 거실 넓혀 살고 싶다...발코니는 찬밥 신세로

입력
2014.07.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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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발코니 개조 허용 후 시공사들 거주공간 확장해 분양

기본형엔 옵션 선택 못하게 하기도

최근 분양한 아파트 7개 단지 중 4곳은 전 세대가 확장형 선택

한 곳은 아예 기본형 분양 안해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확장 전 사진. 후면 발코니를 확장한 사례로 이 아파트에서 거실 앞 전면 발코니를 유지한 세대는 하나도 없다.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확장 전 사진. 후면 발코니를 확장한 사례로 이 아파트에서 거실 앞 전면 발코니를 유지한 세대는 하나도 없다.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확장 후 사진. 후면 발코니를 확장한 사례로 이 아파트에서 거실 앞 전면 발코니를 유지한 세대는 하나도 없다.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확장 후 사진. 후면 발코니를 확장한 사례로 이 아파트에서 거실 앞 전면 발코니를 유지한 세대는 하나도 없다.

2005년 12월 정부가 발코니를 실내 거주 공간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방식을 허용한 후 아파트에 입주하자마자 새 주인의 손에 무참히 뜯겨나가 사라지는 발코니의 최후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요즘엔 이 같은 불필요한(?) 수고를 덜어주려는 것인지 시공사들이 발코니가 만들어질 자리를 처음부터 거실 등 생활공간으로 확장해 아파트를 내놓는 이른바 ‘확장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니 지금은 어디에도 발코니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24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인근에 문을 연 견본주택. 실제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진 전용면적 96㎡의 견본 아파트 공간으로 들어서니 거실 바닥에 그려진 검은 점선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 직원은 “이 점선의 바깥 공간은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발코니를 애초부터 만들지 않고 설계도상 발코니를 주거 공간으로 확장해 약 28㎡가 추가된다는 얘기다. 직원의 말이 이어졌다. “29평 중형 아파트로 분양 받고 37.5평 대형에서 사시게 되는 겁니다. 확장형을 고르지 않고 발코니를 만들면 거실과 방이 좁아 침대나 식탁조차 놓기 어려워요.”

설명을 듣던 이들 사이에서 “무조건 (확장형을)해야겠다”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개별 상담을 받아보니 96㎡의 경우 발코니를 없앤 확장형 선택 시 약 1,500만원이 더 든다. 시스템 에어컨과 침실 가구 등의 비용은 별도였다. 그런데 확장을 하지 않은 기본형을 선택하면 에어컨이나 가구 옵션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상담 직원은 “기본형은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할 면적이 안 나온다”며 “외부 창틀(새시)도 고객님이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넓은 실내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 각종 서비스로 이런 소비자를 더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발코니 없는 ‘확장형’ 아파트의 매력은 무시하기 어려워 보였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한 견본주택에 마련된 확장형 견본 아파트 공간. 위 점선부터 창문까지의 공간이 발코니 면적이고, 점선과 점선 사이는 발코니와 거실 사이의 외벽 공간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한 견본주택에 마련된 확장형 견본 아파트 공간. 위 점선부터 창문까지의 공간이 발코니 면적이고, 점선과 점선 사이는 발코니와 거실 사이의 외벽 공간이다.

발코니 없는 확장형 아파트를 팔기 위한 시공사들의 마케팅이 거세다. 경기 하남 미사지구의 다른 견본주택에는 입구부터 ‘분양시 확장형을 선택하면 사은품이 제공된다’는 광고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 싱크대 개수대가 넓어지고, 쌀 냉장고, 오븐레인지, 음식물 건조처리기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내용이다. 냉장고와 시스템 에어컨은 선택 사항인데, 역시나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는 기본형을 고르면 이런 옵션을 하나도 받을 수 없다.

사람들은 얼마나 발코니 없는 아파트를 선호할까. 25일 한국일보가 최근 분양한 7개 아파트 단지를 표본 조사한 결과 4개 단지의 전 세대가 발코니를 없앤 확장형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 단지는 처음부터 확장형만 분양했고, 다른 한 단지는 확장 공사비가 무료였다. 세대 기준으로 집계하면 3,679세대 가운데 99.9%인 3,674세대가 확장형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기본형을 택한 이들은 대부분 전용면적 100㎡ 이상 중대형 세대의 경우였다. 중소형 아파트는 사실상 ‘100% 확장형’이라 해도 무방했다. 약 2년 전 분양한 최근 입주 예정 아파트들을 살펴보니 확장형 쏠림 현상이 분양권보다는 덜 했다. 전용면적 59~119㎡ 인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514세대 중 12세대가 기본형을 선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4~5년 전에는 견본주택 방문객 70%정도가 확장형을 선호했는데, 갈수록 비중이 높아져 최근에는 거의 100%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로 인해 최근에는 LH 등이 시공하는 임대아파트도 전체 세대를 발코니 공간을 없앤 확장형으로 공사하는 실정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발코니 확장을 계기로 평면의 혁명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형태의 설계가 가능해졌다”며 “중소형 아파트 거주자들도 탁 트인 거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갈수록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것은 건설사들의 편의가 빚어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겉으로는 선택사양이지만 실제로는 마지못해 확장형을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입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엔 ‘본 아파트는 확장형이 기본적으로 적용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발코니를 그대로 두는 기본형 세대는 아예 공사 계획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중간에 기본형 아파트가 포함되면 공사비가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복잡해지므로 건설사들은 100% 확장형으로 공사하는 걸 원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김명선 인턴기자(고려대 철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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