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면담 앞둔 5월 13일 사진 속 입가에 피멍
전문의들 “주름 펴는 필러 시술 후유증” 한 목소리
2014년 5월 13일 화요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어 학술원 개원 6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휴일 포함 나흘만의 공식일정이었다.
그런데 청와대사진기자단이 촬영한 당시 사진에 담긴 박 대통령의 얼굴에선 피멍 자국이 보였다. 오른쪽 입가부터 턱선으로 이어지는 부위에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였다. 대통령 얼굴에 대체 왜 피멍이 맺혔을까.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첫째는 외부로부터 강한 타격을 받는 것. 하지만 타격에 의한 피멍은 멍 자국의 분포가 넓은데다, 24시간 철통경호를 받는 국가원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남는 건 의료시술. 본보는 복수의 성형외과 및 피부과 전문의들에게 사진 속 피멍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의사들은 “주사바늘이 피부 진피층을 통과하면서 혈관을 건드릴 때 이런 멍 자국이 생긴다”면서 “주름을 펴기 위한 필러 주입술의 후유증으로 보인다”는 공통된 답변을 내놓았다. 필러(Filler)란 인체조직과 비슷한 물질을 주입해 주름처럼 깊게 패인 부위를 메우거나 도톰한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미용시술. 박 대통령 얼굴의 피멍은 ▲피멍의 크기가 작고 ▲일명‘슬픈 주름(Marionette line)’ 선을 따라 분포한 것으로 보아 필러 주사에 의한 후유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의사들은 설명했다.
필러가 어느 정도는 대중화된 미용시술인 만큼, 대통령이라고 해서 하지 말란 법은 없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기라는 데 있다. 온 국민이 슬픔과 비탄에 잠겨 있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던 그 때, 특히 팽목항에선 유가족들이 시신이라도 만나기 위해 피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점에, 대통령이 주름을 펴는 시술을 받았다면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를 구하기 힘들다.
당시 유가족들은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KBS 간부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8일 상경을 했고 아이들 영정을 안은 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밤을 샜다. 16일에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위로했고, 다시 사흘 뒤엔 대국민 담화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 진정성 마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5월 16일 멍든 채 세월호 유족 위로
3일 후엔 담화문 읽으며 눈물
박, 의혹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국민적 비난 면하기 어려워
박 대통령 얼굴의 피멍 자국은 다른 날에도 발견됐다. 2015년 12월28일 박 대통령은 오른쪽 입가와 아랫볼 부위에 피멍 자국이 선명한 채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으며 오후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을 접견했다. 29일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참석, 30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 참석사진에서도 피멍은 보인다.
전문의들은 2014년 5월 사진에 드러난 피멍이 ‘슬픈 주름’을 펴는 필러 주사의 흔적인 것과 달리, 2015년 12월 사진 속 피멍은 입 주위 근육이 모이는 볼굴대(Modiolous)에 필러를 넣어 아랫볼 처짐을 교정하는 시술의 후유증으로 추정했다. 두 번 모두 박 대통령은 직전 3일간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는데, 미용시술 직후 붓기 등 얼굴에 드러날 수 있는 외견상 변화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일정을 잡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朴, 얼굴 피멍 든 두 차례 모두
직전 3일간 공식일정 안 잡아
박 대통령 얼굴의 피멍 외에 얼굴의 특정 부위에서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미세한 상처 역시 재임기간 꾸준히 이루어진 미용 시술의 흔적으로 보인다. 전문의들은 상처의 모양 및 발생 부위가 일반적인 피부 트러블 증상과 다르고 팔자 주름 및 슬픈 주름 선을 따라 여러 개가 좌우 대칭되는 위치에 반복적으로 나타난 점을 들어 이 역시 필러 주사의 자국으로 추정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피멍이나 주사바늘 자국은 필러 시술의 특징이다. 바늘이 가늘고 얕게 찌르는 보톡스 시술에 비해 필러 주사의 바늘은 상대적으로 굵고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흔적이 남는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병원 K 원장은 “필러 주입술은 바깥지름이 최대 1.27㎜(18 게이지 기준)인 굵은 주사바늘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술 후 자국도 남고 운이 나쁘면 피멍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는 시술자의 숙련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주사 바늘 굵어 흔적 남아
통증 심해 수면상태로 시술”
靑 의무실 “아는 바 없다” 답변
필러 시술의 또 다른 특징은 시술하는 동안 수면 유도제 투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강남의 성형외과 병원 C 원장은 “마취크림으로 해결되는 보톡스에 비해 굵은 바늘을 3~4㎝ 가량 찔러 넣는 필러 시술은 통증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수면 상태로 시술을 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프로포폴이나 비슷한 수면 유도제 주사를 맞았을 의혹에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또 다른 피부과 병원 K 원장은 "프로포폴 중독이 의심되는 환자들은 보톡스 시술에도 프로포폴을 원하기도 하는데 부작용 때문에 꺼려지면서도 중요한 환자일 경우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은 지난달 24일 “의무실에서는 피부 미용 시술을 할 수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본보 뷰엔팀은 12일 대통령 얼굴에 난 피멍이나 상처의 원인이 미용 시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 얼굴에 피멍이 생겼을 당시 의무실이 이를 인지했는지 여부와 미용 시술 가능성 등 전문의 의견에 대한 설명을 청와대에 요청했다. 그러나 청와대 의무실은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14일 열리는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3차 청문회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의료 종사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돼 박 대통령 의료 시술 등 진실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미국에서 연수 중인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와 윤전추,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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