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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정연 ‘유능한 정당’ 될까

입력
2015.02.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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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요즘 표정관리에 들어간 것 같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이 새누리당에 육박해 1위를 넘볼 정도고,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문재인 대표는 두 달 가까이 독보적인 1위다. 총리 후보의 거취문제를 여론조사로 판단하자는 문 대표의 제안은 ‘황당’했지만, 이런 여론에 탄력 받은 자신감의 표현이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표상 분위기가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지지율 상승 이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방 후 최대 의석을 가진 최약체 야당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과연 이번 설 민심에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감이 설 자리가 있었던가? 이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 증인의 지역주의 발언 하나에 특정 지역의 표심을 의식해 휘청대는 모습을 국민들이 눈치 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야당의 인사쇄신 요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돌려막기 인사를 강행하고 있는 청와대의 행태는 또 어떤가.

새삼스럽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풀어야 할 숙제는 지지율에 걸맞는 야당의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말 좋은 정당, 강한 야당이 될 수 있을까에 있다.

정당의 기본은 대표기능에 있다. 그럼 새정치민주연합은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가? 서민과 중산층? 새누리당도 이들을 대변한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 질문을 좀 바꿔보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누구를 대표하고자 하는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인과 책임, 그리고 더 나아가 재난 수준의 국가안전체계를 근본부터 뜯어 고치는데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의 실망은 정부여당보다는 우왕좌왕 갈짓자 행보로 일관한 야당에 쏠려있다. 최저임금문제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는 TV광고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한마디보다 못하다고 그들이 대변한다는 서민과 중산층은 생각한다. 갑을 관계 청산과 경제민주화 실천에 앞장서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발한 을지로위원회가 언론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문재인 대표는 취임 첫 방문지로 이승만, 박정희 전대통령의 묘소를 선택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화합, 동서 간 화해와 상생? 굳이 이 짧은 지면에서 해프닝일 수도 있는 이 정치적 선택을 두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다시 확인하고 싶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대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현대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래서 정당에게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정당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갈등과 균열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정치 균열로 전환시킨다. 정치 균열을 배경으로 정당은 자신의 이념과 정책을 조직과 리더십을 통해 유권자에게 설득시키고 현실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유권자들의 생각을 쫓아가는 것에 그친다면 그건 반쪽자리 정당이다. 정당정치의 역동성은 유권자들의 생각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갖는 정당성을 설득하고 공감을 획득하는 데서 나온다. 이것이 문 대표가 말하는 ‘유능한 정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적 태도이자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를 대표하는가 하는 문제와 명료한 이념 설정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증세의 필요성을 논하다가도 뜬금없이 ‘세금폭탄론’을 제기한다. 중층적이고 무엇보다 정교해야 할 세금정치를 부자증세, 법인세 정상화만으로 한정한다면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보편적 복지는 새누리당의 ‘증세 없는 복지’만큼이나 허약한 말장난일 뿐이다.

지금 이 시대의 야당정치에 대한 성찰, 더 가깝게는 반사이익과 분노 섞인 기대감이 반영된 여론조사의 미망에서 깨어나는 순간이 새정치민주연합이 밑바닥 민심을 통해 거듭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글을 끝맺는 순간에도 의문은 여전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과연 유능한 정당이 될 수 있을까.

강병익 한신대 연구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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