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너무 커 좌석 채우기 애로
대한항공 비즈니스 탑승률 50%
아시아나는 로열 이코노미까지
항공사들 연료비 부담도 큰 고민
경쟁력 있는 중형기 잇단 등장
하늘길 시장서 주문 급감 추세
취항 10년도 안돼 위상 추락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렸던 에어버스의 초대형 여객기 ‘A380’이 항공사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비행기가 너무 커 비즈니스석을 모두 채우는 게 쉽지 않은데다 경쟁력 있는 중형 여객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380의 위상이 취항 10년도 안 돼 추락하고 있다.
지난 2011년 A380을 처음 도입한 대한항공은 현재 10대의 A380을 인천-LAㆍ뉴욕ㆍ런던ㆍ파리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대한항공 A380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층 전석을 비즈니스석(94석)으로 채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비즈니스석 탑승률은 50%안팎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대한항공 전체 노선 탑승률이 79%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현장에서 보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에 따르면 A380 이코노미석은 정원보다 많은 340~350석 예약을 받고 있다. 항공사들은 예약 취소 등을 감안해 5% 정도 추가예약을 받지만 A380 이코노미석의 추가 예약은 10%가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일부 이코노미석 승객의 경우 이코노미석이 꽉 차면 비즈니스석에 앉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 “이코노미석 가격에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도 2014년과 지난해 A380을 두 대씩 도입했고, 올해 2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비즈니스석은 2층에 66석으로, 그나마 대한항공보다는 조금 적다. 그러나 비행거리가 짧고 저비용항공사(LCC)들까지 경쟁하는 홍콩과 방콕에 A380이 투입돼 총 495석이나 되는 좌석을 채우는데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탑승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홍콩과 방콕 노선에 비즈니스석에는 앉지만 기내식 등 서비스는 이코노미석과 같은 ‘로얄 이코노미석’까지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도입하는 A380 2대를 장거리 노선에 투입해 비즈니스 수요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에어버스사가 제작한 2층 구조로 된 초대형 항공기인 A380은 지난달 말 기준 세계시장에서 319대가 주문됐고, 193대가 인도됐다. 보잉의 B747을 능가하는 초대형 여객기로 주목 받으며 2007년 첫 인도 당시 예측된 향후 20년간 1,200대 수주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더구나 에어버스는 2018년부터 A380 인도 목표를 연 12대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27대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A380의 최대 고객은 에미레이트항공(81대)을 비롯해 중동 항공사들이다. 큰 기체를 띄우기 위한 연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상상황이라도 발생하면 A380은 항공사에 더욱 애물단지가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고 시 대체기로 B747을 투입해도 최대 500명이나 되는 A380 승객을 모두 태울 수는 없다”며 “중형기의 경쟁력이 워낙 좋아지고 있어 A380의 시대는 다시 안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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