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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ㆍ영덕 원전건설 예정지 유령주택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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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ㆍ영덕 원전건설 예정지 유령주택 된서리

입력
2017.07.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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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노린 무늬만 주택 500채

새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흉물전락

‘투기꾼’ 눈총 속 기대한 보상금 물거품

빚까지 낸 일부 투자자 파산 위기 몰려

신한울원전 3, 4호기 건설이 예정됐던 경북 울진군 북면 고목리. 이주보상금을 노린 유령주택이 탄광촌 숙소처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신한울원전 3, 4호기 건설이 예정됐던 경북 울진군 북면 고목리. 이주보상금을 노린 유령주택이 탄광촌 숙소처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투기꾼들이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전 3ㆍ4호기 건설 예정지와 영덕 천지원전 건설 예정지 일대에 이주비 등 추가 보상금을 노리고 지은 유령주택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원전 신규건설은 사실상 물 건너간 때문이다.

경북 울진군 북면 고목2리 신한울원전 3ㆍ4호기 건설예정지. 2010년 이전 40가구에 불과하던 한적한 시골마을에 7월 현재 250채가 넘는 집이 들어서 있다. 한수원이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2014년 12월 개발고시 이후 지은 것만 80채가 넘는다.

영덕군 천지원전 건설 예정지 일대까지 더하면 이런 유령주택은 500채에 육박한다. 대부분 원전 신규건설 소식이 전해진 뒤에 들어선 것들로, 순전히 보상금을 노린 ‘투기’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2010년 인접한 덕천리에 신한울원전 1ㆍ2호기 착공 당시 토지와 주택 보상 이외에 이주단지조성과 이사비, 생계지원비 등 2억 5,000만 원이나 되는 추가보상을 받았다는 소문이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수원은 울진군과 함께 총 155억 원을 이주단지조성 등에 지원했다. ‘꾼’들은 물론 일부 공직자들도 투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2010년 이후 들어선 주택 대부분은 50㎡ 이하의 ‘조립식’으로, 무늬만 주택. 일가족은커녕 둘이 살기에도 비좁다. 상당수 주택은 전기 및 수도 계량기 눈금이 몇 달째 불변상태다. 현관문 앞에는 오랜 가뭄에도 불구하고 잡초가 무성했다. 부동산 투기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해부터 일부 꾼들은 ‘실거주’ 조건 충족을 위해 밤에 들어와 눈만 붙이고 나가는 일을 반복해왔다. 일부 꾼들은 친인척 명의로 2자릿수의 주택을 지었고, ‘기획부동산’ 업자가 개입한 곳엔 쪼개기 수법으로 한 필지에 여러 채가 들어서기도 했다.

집 지을 땅이 동이 나자 논밭에도 상품가치가 전혀 없는 과일나무 심고 나섰다. 보상금이 주목적인 만큼 제대로 관리를 않은 탓에 이번 가뭄으로 대부분 말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따가운 눈총 속에서도 거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로 견뎠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대통령선거와 함께 시작된 신규원전건설 중단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한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단지 ‘시원섭섭’한 정도이지만, 빚까지 내 한 채에 수천만 원을 들여 유령주택을 건축한 투자자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뻔질나게 드나들던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일부 투자자들은 2010년 이전 3.3㎡에 10만~15만 원 하던 임야를 40만~50만 원 이상 주고 매입했던 터라 파산위기에 내몰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7, 8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폭등한 영덕지역 논밭도 폭락 조짐을 보여 막차를 탄 투자자들은 거액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56)씨는 “최근 원전건설 예정지에 집 지은 사람들의 문의가 급증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가 다른 지원책을 내놓더라도 원전만한 게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울진 영덕지역 원전건설 예정지 주민들은 최근 정부에 당초 계획대로 원전건설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대세를 거스르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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