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하모씨는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전용면적 67㎡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발코니를 새로 만들었다. 90년대 중반 준공한 이 아파트는 전 집주인이 살면서 발코니를 없애는 확장공사를 했는데, 이번에 하씨가 일종의 ‘역(逆)확장공사’를 한 것이다. 자식들이 결혼하고 식구가 줄어 넓은 주거 공간이 필요 없어진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발코니를 활용해 화단을 꾸미고 싶어서다. 하씨는 “발코니에 허브와 꽃을 심고 일부는 텃밭으로 조성해 상추를 키우고 있다”며 “수도 시설이 따로 있어 물 주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30대 박모씨는 집 안에 야구 박물관을 만들었다. 사회인야구를 즐기다 야구장비 수집에 취미가 붙은 그가 각종 야구 유니폼, 방망이, 사인볼 등을 발코니 벽면에 전시해 놓은 것이다. 발코니는 또한 야구 경기가 끝나고 신발과 운동복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물로 씻어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박씨는“야구 용품에는 흙이나 먼지가 많이 묻어 실내에 두기가 쉽지 않은데 발코니가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사라져가는 공간 아파트 발코니를 다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동주택인 아파트 안에서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란 공간 본연의 역할을 발견한 것이다.
발코니는 통상 거실과 이어지는 ‘리빙 발코니’와 부엌에 연결되는 ‘서비스 발코니’로 분류한다. 발코니를 선호하는 이들은 리빙 발코니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꽃이나 화분은 물론 작은 화단을 만들어 채소를 재배하는 이들도 많다.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휴식과 전망을 위한 공간으로도 각광받는다.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소품을 활용해 응접실이자 미니 카페로 꾸밀 수도 있다.
유아들의 놀이터로도 제격이다. 발코니의 벽면에 책장과 수납장 등을 설치해 학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여름에는 이곳에서 물놀이나 일광욕을 즐길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층간 소음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발코니에 방음판을 덧대어 피아노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부엌에 연결된 서비스 발코니는 주로 창고로 쓰인다. 특히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따뜻한 특성 때문에 식자재 보관에 제격이다.
1층의 경우 테라스를 만들어 이용할 수도 있다. 옥외 공간까지 활용해 잔디를 심거나 인조석을 까는 등 개인정원으로 조성하는 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아파트를 선택할 때 무조건 최신 유행만 따르지 말고 세대 별 수요에 맞게 발코니의 필요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김명선 인턴기자(고려대 철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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