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일부 내용 피해자 감정 상하게 해… 양국 각계, 위안부 논의 진전시켜야"
“‘제국의 위안부’가 최근 일본내에서 위안부 문제를 되짚어 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순기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25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분들의 분열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2013년 낸 ‘제국의 위안부’의 일부 내용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기한 출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출간 당시부터 있었던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옹호ㆍ비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본 내 위안부 보상문제를 주도한 아시아여성기금 전무이사를 지낸 와다 교수에게 이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 들었다.
-한국 법원이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일부 내용을 고치라는 결정을 했다.
“이 책은 박유하 교수가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의 화해를 위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 아래 쓴 것임에 틀림없다. 위안부의 모습에 대해 역사적인 다양한 견해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부분이 포함된 것 같다. 박 교수와 할머니들이 서로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잘 풀어내기를 바랐는데, 결국 법정 소송까지 갔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런 식의 대립 관계가 형성돼 위안부 해결을 바라고 노력해온 사람들로서는 너무 안타깝다.”
-법원은 ‘위안부’를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국가를 도운 군인과 마찬가지로 ‘애국’한 존재라거나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여성을 동지적 관계로 보는 등의 표현에 대해 삭제를 요구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대만의 위안부는 일본의 황국신민으로서 일본의 정책에 따르도록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 위안부 생활을 하는 등 제도적인 상황의 산물이라는 점을 박 교수는 책에서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이를 통해 ‘위안부=매춘부’로 치부하는 일본 우익을 향해 전쟁을 위해 희생한 위안부들에게 그런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한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일본 지향적인 생각으로 한국인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박 교수가 표현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은 어떤가.
“법원 결정에 앞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부터 일본내 위안부 관련 학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제국의 위안부’ 번역본을 내기도 했다. 책을 찾는 대다수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통해 한국과 관계 개선을 꾀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번 재판을 둘러싼 논란이 일본 내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환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잘 다루지 않던 NHK조차 엊그제 박 교수가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상세하게 전했다. NHK는 박 교수의 책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고 박 교수가 회견에서 언급한 한일 전문가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연구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박 교수가 위안부 문제를 일본 내에서 환기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논란을 둘러싼 바람직한 해결책은 무얼까.
“법원 결정에 따라 책 내용을 수정할 지 여부는 박 교수가 결정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을 빌미로 한국 사회가 박 교수가 가진 의도마저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어디까지나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대전제에서 책을 집필했다. 한일 양국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박 교수에 지나친 초점을 두면 일본 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역이용당할 가능성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 결정이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나.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국 내에서는 박 교수를 공격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양국 각계에서 나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전시켜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가 나오기 전에 결실을 거두는 것이 좋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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