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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공중전’서 빅데이터 ‘지상전’까지… 선거운동 패러다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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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공중전’서 빅데이터 ‘지상전’까지… 선거운동 패러다임 바뀐다

입력
2016.08.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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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잡기 전방위 각축전

불특정 다수 대상 공중전에선

네거티브 비중 60%이상 급증

30초 TV광고서 물고무는 혈전

유권자 직접 만나는 지상전은

가정방문에 각종 통계자료 접목

‘마이크로 타깃팅’으로 정교화

트럼프는 광고 중심 공중전 집중

클린턴은 빅데이터 적극 활용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원이 전화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원이 전화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7월말 민주ㆍ공화 양당의 전당대회가 끝나고 대선 본선의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의 대선 캠페인과 비교해 보았을 때 유사한 점도 있지만 차이점이 더 많다. 부패를 막기 위해 광범위한 규제를 가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선거 운동의 허용범위가 매우 크고 성격도 판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선 캠페인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공중전’(Air war)과 유권자와 직접적인 접촉을 중심으로 하는 ‘지상전’(Ground war)으로 나눌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두 가지 특징이 두드러져 보인다. 첫째, 공중전이 보다 ‘네거티브 캠페인’(상대방 비방) 일변도로 변화하고 있다. 둘째, 지상전은 테크놀로지와 결합되어 유권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는 방식으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선거자금 대부분이 투입되는 TV광고는 공중전의 핵심이다. 대개 30초짜리 짧은 광고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사용한다. 무슨 내용을 언제 어떤 매체를 통해서 방영하는지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세심한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장년층 남성이 타깃일 경우 매주 월요일 저녁 미식축구 중계 사이 광고가 가장 인기이다. 시청자 수는 적더라도 효과가 좋아서 케이블TV의 기독교방송(CBN)도 애용된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 광고도 많아졌다. 유튜브에는 주로 2, 3분 이상 긴 분량의 광고가 ‘연관 검색’ 기능과 함께 사용된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SNS)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메일의 경우에는 주로 열성 지지자들에게 선거자금 기부를 요청하는 통로로 이용된다.

매체의 종류와 사용방법은 다양하지만 내용면으로 봤을 때에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대세이다. 정치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네거티브 캠페인은 기존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보다 효과적으로 심어주며,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심리를 불러 일으켜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갈 확률도 높인다. 부동층(浮動層)에게는 상대 후보를 약간이라도 더 지지할 경우 실망감을 느끼게 하여 투표에 기권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1960년대까지 10% 정도에 그치던 네거티브 캠페인 비중은 최근 65%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6년 대선에서도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전망이다. 민주ㆍ공화 양당 모두 전당대회 이후 선거광고의 핵심은 ‘상대 후보는 대통령 감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이다. 주로 두 후보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ㆍ후보와 직접 논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모든 종류의 선거 운동이 무제한으로 허용된 단체)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의 경우 투표일에 가까워질수록 네거티브 캠페인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9월로 예정된 대선 후보간 1차 토론이 끝나고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어떤 종류의 상호비방전이 얼마나 강하게 벌어질지 주목된다.

한국은 후보나 선거 운동원의 가정방문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은 ‘가정방문’(Canvassingㆍ캔버싱)이 선거 광고 다음으로 널리 이용되는 선거 운동방법이다. 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가가호호 방문해서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는 유권자들을 설득해 실제 투표하도록 독려한다. 상대 후보를 지지할 것이 확실시되는 집은 굳이 방문하지 않는데, 반대편을 설득하기는 매우 어려운 반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캔버싱’은 19세기 중반 작은 규모의 연방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부터 사용되던 방법인데, 미 동부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정치 부패의 주요 창구로 변질되기도 했다. 19세기말에 이르러서는 약 20% 이상의 동부지역 유권자들이 선거기간 중 가정방문을 통해 금품을 제공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초 혁신주의 개혁과 1960~70년대 정당개혁을 거치면서 이러한 일들이 사라졌고 이에 따라 ‘캔버싱’의 중요성 자체도 급격히 감소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가정방문 선거운동에 ‘빅 데이터’를 처음으로 접목시켜 보았다.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의 소비자 정보를 구입하고 이것을 투표자 등록 정보와 대조해서 공화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투표 금고’라는 뜻을 지닌 ‘Vote Vault’라고 불렀다. 그리고 각 유형별로 어떠한 정책 이슈에 반응하는지 또는 어떤 선거구호에 우호적인지를 찾아내어 그에 적합한 설득 방법을 사용해 투표를 독려했다. 실제로 이 방법 때문에 전체 유권자의 3% 정도에 해당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처음으로 투표장에 나왔으며, 그 덕분에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무난하게 성공했다.

이런 방법을 ‘마이크로 타깃팅’(Micro Targeting)이라고 부르는데, 2008년과 2012년 민주당의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보다 정교해졌다. 먼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개개인의 성향까지 모두 데이터베이스화 했고,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자원 봉사자들이 가정방문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인터넷과 위성 위치정보를 이용해 자원봉사자들의 이동 경로까지도 미리 계획했다. 또 가정방문 결과를 자원 봉사자들이 다시 데이터베이스에 ‘업데이트’하도록 하였다.

‘빅 데이터’ 기술을 접목시켜 전통적인 가정방문 선거운동의 효율성을 높인 민주당의 ‘마이크로 타깃팅’ 캠페인.
‘빅 데이터’ 기술을 접목시켜 전통적인 가정방문 선거운동의 효율성을 높인 민주당의 ‘마이크로 타깃팅’ 캠페인.

가정방문 선거운동에 ‘빅 데이터’를 접목시킨 방법은 최근 들어서는 민주당의 가정방문 선거운동 전략을 새롭게 바꾸기도 했다. 과거에는 민주ㆍ공화 양당 모두 가정방문 선거운동을 주로 자신의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통로로 사용했다. 하지만, 콜로라도와 버지니아 주와 같이 공화당 성향에서 민주당 성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주에서 다양한 방법의 실험을 해 봄으로써, 부동층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새로이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마이크로 타깃팅’ 전략에 보다 적극적이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도 이 전략을 광범위하게 사용했으며, 현재는 부동층과 공화당 지지자들 중 어떤 유형 유권자들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실망’하고 있는지 예측하여 선별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가정방문 선거운동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반대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그런 데이터를 믿지 않는다’고 하며 선거광고를 중심으로 한 ‘공중전’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방문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공화당 지지성향의 유권자 중 투표 의향이 낮은 사람을 접촉하여 설득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어느 후보의 선거전략이 더 효과적일지 두고 볼 일이다.

박홍민ㆍ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정치학과 교수

박홍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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