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접촉자들 조사 결과도 모두 음성
유력한 해수·해산물 오염 물증 못 찾아
국내에서 15년 만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지만 역학조사가 개시된 지 일주일이 가깝도록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유력하게 지목된 바닷물 감염이 확인되지 않아 집단감염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역학조사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8일 첫 번째 환자 A(59)씨와 두 번째 환자 B(73)씨가 접촉한 주변인과 음식, 바닷물, 식수 등 예상 감염원을 검사한 결과 콜레라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A씨의 가족, 오염된 해산물을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식당의 종사자, 병원 입원 중 접촉자 등 조사 대상자 38명 전원이 콜레라균 음성이었다. 식당의 어류, 조리음식, 조리도구, 식수, 수족관 물 및 관련 해수 등 검체 18건에서도 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B씨의 경우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는 삼치회를 함께 먹은 11명을 포함해 58명 중 검사를 마친 56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식수 및 바닷물 7건에 대한 검사는 진행 중이다.
또 두 환자가 직ㆍ간접적 접촉 가능성도 없어 제3의 감염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중앙역학조사지원단장은 “A씨가 경유한 지역과 B씨의 거주지가 30㎞가량 떨어져 있고 B씨는 거동이 불편해 직접 접촉 가능성은 적다. A씨가 다녀간 식당과 B씨가 소속된 교회의 인적 연관성도 없어 제3자를 통한 간접 접촉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당초 두 환자가 별개의 경로로 감염됐을 것으로 봤던 당국은 26일 콜레라균 유전자형이 똑같다는 판독 결과에 부랴부랴 동일 감염원을 찾기 위해 ▦해수 및 해산물 오염 ▦인적 전파 ▦지하수 오염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인 해수 및 해산물 오염의 물증도 찾지 못하며 감염 경로 파악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있다. 이 단장은 “두 환자의 감염 원인은 해산물일 가능성이 유력하나 감염 경로는 서로 관련성이 없고 산발적”이라며 콜레라 유행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바다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학조사에 빈틈도 보인다. A씨가 섭취한 해산물 중 거제산 멍게는 “실물이 남아있지 않다”며 조사 대상에서 빠졌고, 바닷물 표본 채취 지점은 10곳에 불과해 광범위한 해수 조사 방침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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