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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비친세상] 결혼했다고 불교 군종장교 강제 전역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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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비친세상] 결혼했다고 불교 군종장교 강제 전역은 부당

입력
2018.04.26 2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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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뒤 조계종 승려지위 박탈

결혼 허용하는 태고종 승적 취득

法 “업무수행 결함 아니다”

1998년 조계종 승려가 된 김모씨는 7년 뒤 해군의 불교 군종장교가 됐다. 군승(軍僧)이라고도 불리는 불교 군종장교는 군에서 장병의 종교생활을 돕는 특수직 장교다. 결혼을 하지 않는 조계종 승려 신분이었기에 그는 평생 독신으로 지낼 운명이었다.

혼자 살 것을 다짐했던 그의 삶에 파란이 인 것은 한 여성(이모씨)을 만나고부터다. 김씨는 2008년부터 이씨와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맺었고, 2014년엔 혼인신고를 하고 가정을 이뤘다. 승려의 혼인을 금하는 조계종은 이듬해 김씨를 승적에서 제적했고, 김씨는 바로 승려의 결혼을 허용하는 태고종 승적을 취득했다.

승적을 옮겼지만 김씨는 군종장교로서 계속 군에 남아있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해군본부 측은 “조계종 계율 위반으로 승적이 박탈돼 더 이상 군종장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김씨가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이어 국방부도 지난해 7월 김씨에게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을 내렸다. 군이 그에게 군문(軍門)을 떠나라고 명한 것은 병역법상 조계종만 군종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현역복무 부적합자 전역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김씨 손을 들어줬다.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조계종이 2009년 종헌(宗憲ㆍ종단의 헌장)을 개정하기 전까지 군종장교로 복무하는 승려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혼인을 허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혼인에는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도 포함된다”라며 “김씨는 종헌 개정 전인 2008년에 이미 사실혼 관계를 형성해 종헌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단순히 종단을 옮긴 것을 이유로 현역복무에 부적합하다고 본 군의 처분도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계종 승적을 박탈당했다 해서 능력 부족이나 성격 결함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군에서 태고종 관련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해도 김씨가 다른 활동을 통해 군종장교 본연의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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