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강원 춘천시 소재 한 기도원. 목사 이모(75)씨가 기독교 신자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기적의 물’이란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 자리서 이 목사는 “내가 자식으로 삼는 이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기적의 물’을 발견했다”며 샘물사업가 최모(57)씨 등을 소개했다.
목사의 소개를 받은 최씨는 “내가 파는 유황샘물엔 게르마늄과 셀레늄 성분이 들어있어, 마시거나 몸에 바르면 아토피성 피부염은 물론 암도 나을 수 있다”고 효능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콩나물이나 두부도 만들어 팔고, 유황온천도 지어 사업을 넓힐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금(계좌당 550만원)을 내면, 그 금액의 세 배 수익이 날 때까지 한 달에 100만 원씩 배당금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신자들은 열광했고, 그 뒤로 약 반년 간 이곳을 찾은 신도를 포함한 1,600여명 투자자가 선뜻 돈을 내놨다. 대부분은 안정된 노후를 바라보며 쌈짓돈을 내놓은 노인 또는 재테크를 고민하던 주부들이었다. 일부는 사채업자에 돈을 빌려 투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최씨가 약속했던 배당금은 한 달 만에 끊겼고, 사기라고 확신한 투자자 중 일부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 조사결과 최씨 일당은 해당 샘물을 마트 등에서 한 상자(2ℓ 6병)를 1만원에 판매하려 했으나, 호응이 없어 2주 만에 포기하고는 새 투자자들 돈을 모아 기존 투자자에 지급하는 ‘돌려막기’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최씨 회사에 약 9,700만원을 투자했다는 피해자 박모(58)씨는 6일 “피해금액도 크지만, 가족에 알리지 않고 돈을 빌려 투자한 사람도 많아 가정불화 등 2차 피해도 상당히 크다”고 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 같은 수법으로 27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최씨를 구속하고 이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해당 샘물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유황 성분은 소량 검출됐지만 게르마늄이나 셀레늄은 극히 적은 양만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