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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강경화 후보자를 포기해야 할까

입력
2017.05.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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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 ‘이낙연-강경화 빅딜’설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야권이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을 통과시켜주는 대신, 여권은 그 ‘대가’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나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중 한 명을 낙마시킨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김상조 후보자는 현 정부 최대 정책과제인 재벌개혁의 아이콘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인물인 만큼, 강경화 후보자가 ‘버리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이 빅딜설의 골자다.

이러한 빅딜이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낯선 광경은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또 그 전 정부에서도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의 운명은 여야간 물밑 교섭에 의해 결정되곤 했다. ‘A장관 후보자는 통과시켜줄 테니 B장관 후보자는 포기해라’ ‘야당 체면도 있는데 한 두 자리는 사석(捨石ㆍ 바둑에서 버릴 셈 치고 놓는 돌)을 감수해야 한다’…. 이 같은 거래는 ‘정치의 생명은 타협’이란 논리로, 때론 협치란 이름으로 포장되면서 하나의 정치적 관행으로 굳어져왔다.

사실 후보자에게 흠집이 없다면 애초 빅딜이란 있을 수 없다. 모든 후보자가 크든 작든 법적 혹은 도덕적 결함을 갖고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다 통과시킬 수도 그렇다고 다 낙마시킬 수도 없으니까, 여야간 정치적 흥정이 생겨난 것이다. 원천적 책임은 후보자 본인에게 있고, 그 다음 책임은 그런 사람을 요직에 등용하겠다고 고른 정부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 김상조ㆍ강경화 후보자 모두 비판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이며, 만약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결함이라면 공직에서 배제됨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치명적 흠집이 있어 탈락하는 것과, 정치적 빅딜의 희생자가 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항간의 소문처럼 ‘이낙연 구하기’의 대가로 강경화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클 것이다.

외교장관은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리다. 한두 번의 예외를 제외하곤 언제나 외무고시 출신, 그 중에서도 외교부내 주류인 북미통 남성들이 독식해왔다. 그러다 보니 강경화 후보자를 우리나라 외교사령탑에 앉히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외무고시 출신 남성장관들이 지금껏 우리나라 외교를 잘 이끌어 왔는지를 따져본다면 비고시 여성장관을 향한 걱정의 근거는 매우 취약해 보인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연상케 하는 여성 외교장관을 갖는다는 것을. 경제력에 비해 늘 인권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우리나라가 다른 분야도 아닌 국제인권 분야 최고 전문가를 외교장관으로 갖는다는 것을. 이 점에서 강경화 외교장관 카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떤 인사보다도 파격적이고 전향적이며 진보적인 인선이라고 본다.

유엔 총회에서 이 은발의 여성이 우리나라를 대표해 연설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뿌듯하기만 하다. G20 회의에서 선진국 외무장관 사이에 그가 서 있는 모습,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그가 나란히 앉아 격론을 펴는 모습을 그려보면 어딘지 모를 우월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의 인선 하나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외적인 이미지만으로 모든 걸 포장할 수는 없다. 그가 유럽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불리며 전임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의 추문으로 타격을 입은 IMF를 되살렸던 라가르드 총재와 비교할 만한 인물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위장전입, 거짓해명 등도 꼬치꼬치 캐물어야 한다. 당면 현안인 대북문제, 미중 외교 등에 대한 견해도 따져야 한다. 그래서 그가 외교장관으로 자질이 부족하다면,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다면 낙마시킴이 옳다. 하지만 적어도 빅딜이란 이름으로 그를 떨어뜨려선 안될 것이다.

양홍주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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