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잃은 선수와 상담하며
긴장 풀어주고 기량 되찾게 도와
시카고 컵스 등 효과 거두자
빅리그 27개 구단 앞다퉈 영입
국내서도 SK가 전문가 초청해
코치들에 스킨십 등 지도 첫걸음
“야구는 90%가 정신력(멘탈)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는 야구 선수에겐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신체적 능력보다 멘탈이 경기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도 말했다.
야구는 팀 대결이지만, 결국 마운드 위 투수와 타석에 선 타자의 1대1 대결이 중심인 멘탈 스포츠다. 선수는 정신적 능력을 통해 경기에서 느끼는 심리적 고통과 부담감을 떨쳐내야만 한다.
하지만 그 동안 야구에서 정신적 요소는 관심 밖이었다. 선수들은 줄곧 신체적 능력만 관리할 뿐, 내면을 돌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운동선수는 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선수들이 멘탈 관리를 주저하게 된 이유다.
지금은 달라졌다. MLB 구단에 ‘멘탈 코칭’ 열풍이 불고 있다. 3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올 시즌을 앞두고 MLB 30개 구단 중 샌디에이고, 애틀랜타, 캔자스시티를 제외한 27개 구단이 멘탈 코치를 코치진에 포함시켰다. 멘탈 코치의 수도 현재 44명으로 급증했고, 멘탈 코치를 두는 마이너리그 구단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MLB 시카고 컵스 감독인 조 매든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려는 선수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남들에게 나약하게 비칠까 주저했다”고 밝혔다.
MLB의 ‘멘탈 코칭’은 유망주 관리에서 출발했다.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워싱턴이 가장 먼저 유망주들에게 ‘멘탈 코칭’을 도입했다. 세 구단이 효과를 보자 다른 팀들도 ‘멘탈 코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시카고 컵스의 마이너리그 트레이닝 코치로 있는 허재혁 J메디컬트레이닝센터 대표는 “프로 무대에서 처음 느끼는 압박감에 어린 선수들은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멘탈 코치와 상담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면 자연스레 기량을 되찾는다”며 ‘멘탈 코칭’의 효과를 설명했다.
‘멘탈 코칭’은 투구, 타격 등 다른 기술적인 부분의 코칭과 다르지 않다. MLB 각 구단의 멘탈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따로 평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관해 강의하고, 경기 중엔 농담도 건네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유망주들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시작한 ‘멘탈 코칭’은 자연스레 빅리그로 퍼졌다. 이젠 MLB 경기가 열리는 더그아웃에 늘 멘탈 코치가 함께한다.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 중인 크리스 브라이언트(26)와 앤서니 리조(29)도 어이없는 삼진을 당하거나 실책을 범한 뒤엔 멘탈 코치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한국 야구도 이제 막 ‘멘탈 코칭’에 걸음마를 떼고 있다. SK는 지난 스프링캠프에 일본의 스포츠 멘탈 전문가 스게 요이치로를 초청해 퓨처스팀과 루키팀(3군) 코치진에게 선수들의 멘탈 관리 방법을 지도하게 했다. 최근엔 멘탈코칭연구소와 연계해 코치들에게 선수들과의 스킨십, 대화법 등을 가르치며 ‘멘탈 코칭’에 관한 관심을 이어나가고 있다.
‘멘탈 코칭’을 접한 코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석연 SK 퓨처스팀 수석코치는 “코치가 바뀌어야만 선수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멘탈 코칭’을 배우고 있다”며 “강의 이후 다른 코치들과 연계해 선수들의 정신적인 면까지 관리할 수 있게 돼 전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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