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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의 기적’ 백신, 인류를 감염질환에서 구하다

입력
2017.04.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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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두ㆍ백일해 ‘옛날 병’ 다시 고개

성인도 10년 단위로 백신 맞아야

예방접종은 안전하고 확실하게 감염병을 막을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천연두 소아마비가 이로 인해 사라졌고, 간염 홍역 등 상당수 질병의 감염ㆍ사망률도 크게 줄었다. 백신이 ‘0.5㎖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성인 사이에 수두 백일해 볼거리 등 ‘옛날 병’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해당질환에 걸리는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 때문이다.

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 예방접종 주간’(올해는 4월 24~30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알리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주간이다. 예방접종 주간을 맞아 예방접종에 유의해야 할 부분을 짚어본다.

최근 성인들 사이에서도 수두 백일해 볼거리 등 ‘옛날 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의들은 정부가 무료로 맞게 해주는 15종의 필수 예방접종부터 빼먹지 말고 챙기라고 권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성인들 사이에서도 수두 백일해 볼거리 등 ‘옛날 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의들은 정부가 무료로 맞게 해주는 15종의 필수 예방접종부터 빼먹지 말고 챙기라고 권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필수ㆍ무료 접종을 챙겨라

전국 보건소와 7,000여 지정 의료기관에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으로 진행하는 필수 예방접종 15종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A형 간염, B형 간염, 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 폴리오(소아마비), 인플루엔자(독감),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홍역ㆍ볼거리ㆍ풍진, 수두, 일본뇌염, 결핵, 자궁경부암(매년 만 12세 여학생) 등이 해당된다.

시기별로 접종하면 된다.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nip.cdc.go.kr)의 ‘표준 예방접종 일정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번 맞는 백신은 같은 제조회사 백신으로 접종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전에 어떤 백신을 접종했는지 확인해 둬야 한다.

백신 종류가 여러 가지라면 잘 골라 맞아야 한다.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된 백신 가운데 어느 질환에 백신이 두 가지 이상인 경우가 있다. 몇 가(價) 백신인지 여부다. ‘4가 백신’은 4가지 혈청형을 담았다는 뜻이다. 혈청형은 항원 구조 차이로 한 바이러스가 가진 여러 세부 유형을 말한다. 즉 혈청형이 많다는 것은 질환 원인 바이러스 유형을 더 많이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혈청형 수가 많은 것이 장점이지만 질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백신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혈청형이 2개 이상인 백신을 다가(多價) 백신이라고 한다. 독감 백신, 폐렴구균 백신, 자궁경부암(HPV) 백신이 대표적인 다가 백신이다. 독감 백신은 3ㆍ4가, 폐렴구균 백신은 10ㆍ13ㆍ23가 백신이 나와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현재 2가 백신, 4가 백신, 9가 백신이 있다.

어른도 맞아야 한다?

나이 들수록 면역력이 떨어지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 질병의 가장 간편한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주은정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피할 수 없는 질병은 걸리기 전에 예방이 최선책”이라며 “적절한 예방접종으로 보호막을 튼튼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일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일본뇌염을 옮기는 모기는 작은빨간집모기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ㆍ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발견된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렸지만 20% 정도만 증상이 나타나고,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일단 뇌염으로 진행되면 치명적이다. 환자의 5~30%가 사망하고, 20~30%는 마비를 비롯한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원래 어린이들에게 나타났던 일본뇌염이 몇 년 전부터 40대 이상에서 주로 나타난다. 40대 이상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어른도 접종할 수 있는 일본뇌염 백신이 2015년 국내에서 허가됐다.

파상풍ㆍ디프테리아ㆍ백일해를 예방하는 Tdap 백신도 10년마다 한 번 접종하면 된다. 백신의 면역 유지기간이 8~10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질환을 100% 막아주는 방패가 아니기에 추가 접종을 끝내지 않은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해당 질환이 지역 사회에 크게 번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파상풍은 파상풍균이 만들어내는 신경독이 신경계에 영향을 줘 발병한다. 근육 경련, 호흡마비를 일으키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발작적인 기침이 특징인 백일해는 어른이 걸리면 만성 기관지염이나 천식으로 오해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최강원 서울대병원 명예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2주 이상 만성 기침을 호소하는 사람의 20%가 백일해 환자라는 연구보고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폐렴은 감기ㆍ독감이 악화돼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인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다양하다. 따라서 감기 독감 유행 철이 아닌 봄 여름에도 안심해선 안 된다. 이 교수는 “감기ㆍ독감 유행 시기에 주로 나타나지만 1년 내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3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인에게 폐렴구균 백신을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 접종하고 있다.

띠 모양의 물집이 생기는 대상(帶狀)포진은 어릴 적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공격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산통과 맞먹는 극심한 통증으로 악명이 높다. 물집이 없어져도 통증이 남는다. 지금은 1회 예방접종으로 질병을 70% 정도 막을 수 있다. 나머지 30%는 발병해도 극심한 고통을 덜 수 있다.

환절기에 65세 이상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꼭 해야 한다. 국내에서 인플루엔자는 11월 말 다음 해 4월에 주로 발병하는데 9월~10월 초 접종하면 좋다. 독감 예방접종은 2주 이상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고 이것이 6개월 정도 예방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고령인은 전국 보건소 등에서 무료로 예방접종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연령별 필요 예방접종>

<예방접종의 오해와 진실>

◇예방접종을 예정된 날짜에 맞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접종해야 한다? (X)

지연된 접종 차수부터 접종하면 된다. 지연돼도 접종을 완료하면 항체가 형성된다. 다만 예방접종이 지연되면 적절한 방어면역이 형성되기도 전에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어 가급적 표준 접종일정에 맞춰 접종하면 좋다.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매년 여름마다 받아야 한다? (X)

일본뇌염 예방접종(사백신)은 매년 여름철에 받아야 하는 ‘계절접종’이 아니라 생후 12∼23개월에 시작해 일정에 맞춰 총 5번 접종하면 되는 예방접종이다. 여름철을 기다리지 말고 접종일정에 맞춰 예방접종하면 된다.

◇백신 별로 기초접종만 완료하면 추가 접종은 받지 않아도 된다? (X)

기초접종은 적절한 방어면역을 최단 시간 내 얻고자 시행하는 것이다. 백신은 나이에 따라 권장되는 접종 횟수를 모두 끝내야 한다.

◇BCG(결핵예방백신) 접종 후 반흔(상처)이 없다면 재접종해야 한다? (△)

BCG 예방접종자의 5%는 반흔이 생기지 않는다. 반흔이 생기지 않는다고 반드시 예방접종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65세 이상에서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만 하면 된다? (X)

65세 이상은 폐렴구균에 감염되면 패혈증 등 중증 합병증 발생 및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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