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실패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의 반작용으로 얻어진 제17대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사학법, 언론관계법, 과거사법,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입법을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인데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 취지는 지금도 인정될 수 있는 것이지만 경제활성화와 조화롭고 설득력있게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것을 너무 단시간 내에 이루려는데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부동산가격 폭등 등 경제실정으로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 정당공천 확대로 큰 상처 입어
그러나 그것보다도 열린우리당의 더 큰 실패의 원인은 기초자치단체장에게까지 정당공천을 배제하겠다던 기존 개혁당론을 버리고 오히려 기초의회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확대한 일이다.
그것은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누리기 위하여 한나라당과 야합하여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이 시대 국가발전전략인 지방자치활성화의 씨를 말리는 고의적인 개악을 한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5ㆍ31 지방선거는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앙정치 예속의 '묻자 마' 선거가 된 것이며, 열린우리당은 선거결과 참패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지금과 같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애초 당론대로 기초자치단체에 정당공천을 완전히 배제하였다면 선거결과에 별로 신경 쓸 일도 없었을 것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결정적으로 실패의 길로 가게 된 것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하여 입으로만 참회를 한다고 하면서 그 실천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는데 있다. 위기가 바로 기회인데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 못 한 것이다.
즉 열린우리당은 진정 국민에게 참회를 선언하고 단합하면서 구체적으로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제 폐지법안을 제출하여 기초지방자치에 희망을 주는 등 국민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어야 했는데 노 대통령의 경제실정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서로 간의 책임공방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질적 문제에 대한 치열한 반성 없이 최근 열린우리당의 내분과 탈당사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정치놀음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것과 다름없다.
'묻지 마' 선거 이후 지방자치가 중앙의 국회의원에게 예속되고 한나라당 일색으로 되어 지방의회가 감시·통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은 한시바삐 정당과 국회의원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창립 3년여밖에 안 된 열린우리당이 신당 창당 운운하는 것은 선거 때마다 명멸하는 우리 정당사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아 우울하기 그지없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방자치활성화 만이 아니라 사법개혁의 단초가 되는 로스쿨 문제, 우리 경제의 생존과 활로가 걸려있는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국민연금개혁 문제 등 선진한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책들을 주도적으로 마무리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아직도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사분오열 되어있어 너무나도 기대에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 전당대회 계기로 환골탈태하길
열린우리당은 오늘의 실패의 원인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결국 노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여당 사람들의 공동책임인 것이다.
일본의 '도요타'가 '렉서스'로 브랜드를 바꿔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예를 들어가며 새 브랜드를 찾아보자는 신당론이나, 이 정권 내내 귀따갑도록 들었던 개혁·평화·민생·민주와 똑같은 구호를 되풀이하면서 하는 신당론이나 국민이 공감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오는 2월 중순 전당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집권 여당으로써 이 시대의 중요과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경주한다면 국민은 다시 따듯한 성원을 보내 주리라고 믿는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ㆍ전한국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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