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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찾고서도 진도에 5번째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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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찾고서도 진도에 5번째 왔어요"

입력
2014.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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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찍은 사진 보며...>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임세희양의 아버지 임종호씨가 11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휴대폰을 꺼내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함께 찍은 사진 보며...>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임세희양의 아버지 임종호씨가 11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휴대폰을 꺼내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발길 계속

"집에 있으면 아이 생각만 여기 와서 자는 게 편해"

바지선 청소하고 밥 짓고 잠수사 위해 자원봉사도

세월호 침몰 참사 4일 뒤 주검이 된 딸을 찾은 아버지는 20여일 만에 전남 진도를 다시 찾아왔다. 사흘을 자고 집에 돌아갔다가 또 닷새 전에 진도로 내려왔다. 안산 단원고 2학년 한세영(17)양의 아버지 한재창(43)씨는 11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쪽잠을 잤다. 새벽에 수면제를 복용한 한씨는 “불면증 때문에 잠을 못 잤다. 집에 혼자 있으면 자꾸 딸내미 생각에 눈물만 나 내려왔다”고 털어놨다. 딸을 앗아간 통곡의 섬이었지만 딸이 생각나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답답해서 집에서 빨래를 하려던 한씨는 딸 세영양의 옷 한 점을 발견했다. ‘애도 없는데 빨아서 뭐해’하며 쓰레기통에 넣었던 그는 금방 다시 꺼내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아빠가 미안해”라며.

한씨처럼 진도 실내체육관을 다시 찾는 유가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답답하고 적적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자신의 마음과 함께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가슴팍을 문지르던 한씨는 스스로 ‘딸바보’라며 딸과 주고 받은 카카오톡 채팅창을 보여줬다. ‘(아빠) 오늘부터 금연이다. 4개비 버렸어’ ‘(딸)우와~ 올~’. 한씨는 “카톡에 ‘우리 강아지년, 뽀(뽀)~’ 자주 하는데 지는 안 했어, 지는”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한 지상파 방송이 제작해준 10분짜리 세영양 추모 동영상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세영이는 “기특한 딸”이었다. 한씨는 장례 치르는 날 딸 영어 과외교사에게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은 “세영이가 ‘우리 아빠 힘드신데 과외비 조금만 깎아주실 수 없나요’라고 했다”며 한참을 울었다고 한씨는 전했다. 딸은 첫 과외를 5개월간 받았으나 중간고사를 못 보고 떠났다.

단원고 임세희(17)양의 아버지 임종호(42)씨도 48일 전 딸을 찾은 뒤 다섯 차례나 진도에 내려왔다. 그는 지난 6일부터 엿새째 체육관에 머물렀다. 임씨는 “집에선 아이 생각에 잠이 안 온다. 평소 안산합동분향소나 차에서 자다가 딸 생각에 진도에 또 왔다. 여기서 자는 게 마음이 훨씬 편하다. 아내도 지난주 여기 와서 지내다 중3 아들이 있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 부모들은 집보다 여기서 자는 게 편하다고들 말한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배려한 휴직기간 석 달간 진도에 수시로 올 계획이다.

일부 유가족들은 진도에 머물며 봉사활동을 한다. 단원고 2학년 9반 여학생 어머니 2명은 이날 오전 사고 해역으로 가 바지선을 청소하고 잠수사들이 먹을 밥을 짓고 국을 끓였다. 한 어머니는 예전에 수색 작업을 보려고 바지선에 갔다가 잠수사들이 찬 음식을 대강 먹는 것을 보고 당장 구할 수 있는 김치 등을 넣어 국이나 죽을 끓였다. 밥을 짓고 난 다음날 딸이 나왔다. 한 자원봉사자는 “남은 실종자도 찾길 빌면서 밥을 하러 갔다더라”고 말했다. 진도에서 입은 뼈아픈 상처를 유가족들은 다시 진도에서 치유하고 있다.

진도=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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