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단독] ‘라이다’ 진실 미스터리, 5년간 국가기관 간 공방
알림

[단독] ‘라이다’ 진실 미스터리, 5년간 국가기관 간 공방

입력
2015.10.21 10:41
0 0

산하기관 직원들 기소 나흘 만에 장비납품사 케이웨더 대표 고소

검찰 수사결과 불리하자 초강수… 성능 부실여부 놓고 공방전 격화

검찰이 “성능이 떨어진다”며 해외 기상장비 인수를 거부한 기상청 산하기관 직원들을 기소 하자 이에 반발한 기상청 산하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해당 장비를 납품한 김동식(45) 케이웨더 대표를 고소했다. 수사 결과를 놓고 두 국가기관이 맞대응하며 초강수를 둔 것이어서 기상청과 장비중개업체 간의 오랜 공방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진흥원은 이날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김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진흥원은 김 대표가 2011년 항공기 안전 이착륙에 필요한 순간 돌풍 감지 장치인 ‘라이다(LIDAR)’도입과 관련해 프랑스 레오스피어사의 윈드큐브(Windcube200s)를 납품하면서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해 성능을 속이고 약 20억원 가량 가격을 부풀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흥원 측은 프랑스 국립항공우주연구소(ONERA)의 확인서 등을 첨부, 김 대표 측이 부적합한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값을 근거로 윈드큐브의 탐지거리를 속였으며 프랑스 드골 공항에 대한 납품 실적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흥원의 이날 고소는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김관정)가 박모(47) 전 한국기상진흥원 장비관리부 팀장과 연모(56) 항공기상청 과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지 나흘 만에 진행됐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며 사실상 장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5년째 분쟁을 빚어오던 상황에서 케이웨더에 유리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진흥원 측이 부담을 무릅쓰고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상청과 김 대표 간의 갈등은 진흥원의 박 팀장이 록히드마틴사의 윈드트레이서(Windtracer)를 구매하려 했으나 조달청이 전자입찰을 진행함에 따라 케이웨더가 프랑스의 윈드큐브를 납품하겠다며 입찰에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진흥원은 윈드큐브의 탐지 거리가 기준(10㎞)에 못 미치는 6.5㎞에 불과하고 실제 공항 설치 ㆍ운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두 차례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2011년 12월 조달청은 직접 진행한 규격 평가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고, 그 결과 윈드트레이서를 납품하려 한 웨더링크보다 20억원 가까이 낮은 48억7,000만원을 제시한 케이웨더가 선정됐다. 조달청의 결정으로 진흥원은 케이웨더와 계약을 체결했고 2013년 3~4월 김포ㆍ제주 공항에 윈드큐브 설치를 마쳤다. 하지만 기상청은 장비의 성능이 여러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고 성능이 조작됐다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케이웨더는 대금을 지급하라며 기상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윈드큐브의 성능에 대한 진실공방을 계기로 해 기상청과 케이웨더는 법정 밖에서도 난타전을 펼쳤다. 특히 2012년 서울경찰청은 라이다 도입 당시 탐지거리 기준 완화 등 케이웨더에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던 조석준 전 기상청장을 비롯, 김 대표와 케이웨더 직원 10여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이 재임 이전에 케이웨더에서 간부로 일했던 경력과 함께 김 대표 측으로부터 1억여원을 빌리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8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들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반면 검찰은 김 대표 측이 “진흥원이 상대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라이다 입찰을 방해했다”며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재기수사 끝에 지난 16일 박 팀장과 연 과장을 기소했다. 사정당국을 두고 펼쳐진 긴 줄다리기에서 케이웨더가 먼저 승리를 거둔 셈이다.

정치권도 공방에 가세해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은수미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항공기 이착륙 사고의 원인이 되는 난기류를 측정하는 장비 문제인 만큼 (윈드큐브는) 안전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며 케이웨더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권성동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상청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변호사 수임료로 사용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로 기상청을 추궁했다.

결국 라이다 도입을 놓고 기상청과 케이웨더, 여당과 야당, 경찰과 검찰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전례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김 대표와 조 전 청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기존 기상청 주류 공무원들 간의 마찰이 놓여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의 라이다는 현재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 방치돼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기상학 관련 교수는 “진흥원 내부에서도 양쪽으로 입장이 갈리고 그에 따라 서로 징계와 해임 등이 오가면서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것 같다”며 “워낙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어 원만한 해결을 권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