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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액수 공개 안 돼 요금할인율 모호… 분리공시제 외엔 뾰족한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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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액수 공개 안 돼 요금할인율 모호… 분리공시제 외엔 뾰족한 수 없어

입력
2014.10.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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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가제 폐지로 경쟁 유도 주장도

단통법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이통사의 제조사의 보조금 지급액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지급액을 변경할 때마다 홈페이지와 대리점, 판매점 등에 이를 공시하지만 총액만 공개한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보조금을 얼마씩 지급하는 지 분리해서 공개하는 분리공시제가 법 시행 직전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휴대폰 제조사는 영업비밀 공개를 우려해 반대했고, 법제처는 이통사가 정부에 제출하는 보조금 자료에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게 작성하지 못하도록 한 단통법 제 12조 1항을 들어 분리공시제에 반대했다.

문제는 총액이 아닌 이통사들이 주는 보조금 액수를 알 수 없게 돼 이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률을 정하는 게 애매해 진다는 점이다. 중고폰이나 자급제폰 이용자들은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받는데, 이통사들이 지급하는 보조금 액수를 알 수 없으니 기준 또한 모호해 진 것이다. 그 바람에 정부는 일률적으로 각 요금제의 약정 할인 등을 포함한 실 납부액의 12%를 할인율로 일괄 정해 버렸다.

하지만 보조금은 계속 달라지는 데 이를 고집하면 것도 문제가 있다. 이통사 보조금만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총액에서 이를 빼면 자연스럽게 제조사 보조금이 공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보조금 구성은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불투명한 셈인데, 이를 바로 잡을 마땅한 방법도 없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14일 분리공시제를 의무화한 단통법 개정안을 새로 발의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 의원은 “단통법은 보조금 투명화로 휴대폰 출고가 인하를 이끌어 내려는 것인데, 분리공시제를 제외하면 불가능하다”며 “분리공시제의 걸림돌인 단통법 12조 1항의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는 단통법의 또 다른 취지를 살리려면 휴대폰 보조금뿐 아니라 통신비 인하를 가져올 만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통사들이 요금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

비싼 통신비의 제도적 원인 중 하나로 시장 선도 사업자의 통신요금 인가제가 꼽힌다. 유선통신시장의 KT, 무선통신시장의 SK텔레콤 등 각 분야 1위 사업자는 요금을 올릴 경우 통신요금 인가제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1위 업체들은 요금을 내릴 때에도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된다. 1위 업체가 요금을 내리지 않으면 나머지 경쟁업체들도 요금을 내리지 않는다. 결국 정부의 요금 인가제가 통신업체들이 눈치보기를 하며 요금경쟁을 벌이지 않는 안전판 역할을 하게 해 준 셈이다.

따라서 이통사들이 요금 경쟁을 벌이도록 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들도 단통법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보조금과 휴대폰 출고가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요금 인가제를 없애서 통신비 인하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요금 인가제를 요금경쟁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단통법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요금 인가제 또한 철폐해서 이통사들이 요금 경쟁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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