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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화동 명물 벽화… 주민 갈등 터질 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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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화동 명물 벽화… 주민 갈등 터질 게 터졌다

입력
2016.04.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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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벽화마을 '물고기 계단'의 훼손 전(왼쪽)과 후 모습.
이화동 벽화마을 '물고기 계단'의 훼손 전(왼쪽)과 후 모습.

벽화마을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최근 잇따라 벽화가 사라지고 있다. 벽화마을로 소문 나면서 관광객이 몰려드는데 불만을 품은 주민이 몰래 벽화를 지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을 재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부 갈등이다.

이화동 주민 등에 따르면 23일 새벽 ‘물고기 계단(혹은 잉어 계단)’으로 불리는 마을 벽화가 누군가에 의해 흰 페인트로 싹 지워졌다. 앞서 이화동에서는 지난 15일 꽃계단 벽화도 훼손됐다. 주민 50여명과 종로구청, 그림을 그린 이태호 교수는 벽화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주민 한 사람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2006년 서울시가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한 ‘낙산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화동 곳곳에는 벽화가 그려졌다. 좁은 골목을 따라 그려진 벽화와 계단 위 그림은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지의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져 관광 코스로 자리잡았다.

물고기 계단 벽화 훼손 소식을 접하고 기자가 찾아간 25일에도 이화동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오전 10시 상점들이 문을 채 열지 않은 이른 시각에도 전세버스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주민생활마저 불편할 정도가 되자 종로구청은 지난 달 관광객들에게 자숙을 요청하는 ‘정숙 관광 캠페인’까지 벌였다.

이화동 벽화마을 곳곳에 '편히 쉴 권리' '재산권' 등의 낙서가 가득하다.
이화동 벽화마을 곳곳에 '편히 쉴 권리' '재산권' 등의 낙서가 가득하다.

주민 반응은 엇갈렸다. 주민 정모(58ㆍ여)씨는 “해외에서 일부러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훼손이 말이 되냐”며 “오늘 오전에도 많은 중국인들이 벽화마을을 찾았다가 벽화가 지워진 것, 벽에 빨간 글씨로 뭔가 써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달아나듯 갔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벽화 주변 상권 조성에 따라 지가 상승 등 경제적 이득을 많이 본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간 갈등이 곪아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벽화마을을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는가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태호 교수는 “주민에게 위로가 되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며 “(그림을 그릴 당시)책임자들을 비롯해 주민들의 동의를 충분히 받고 진행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홍규 이화동 마을박물관장은 “문제의 본질은 주민 갈등이 아니라 공공미술에 대한 테러 행위”라며 작품 훼손을 비난했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씨는 “전시행정에 그친 공공미술과 주민들의 엇박자”라며 주민 참여 없는 관주도형 미술 프로젝트의 한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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