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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문학가들의 영원한 스승, 김윤식

입력
2018.10.28 09: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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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문학을 연구하고 평론하는 일에 헌신해온 김윤식 선생이 지난 26일 별세했다. 1962년 ‘시의 구조적 특성’을 연구해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76년 ‘한국 근대 문예 비평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고인은 학위 논문을 정리해 같은 이름의 책을 출간한 후 40여 년 동안 비평서와 산문집, 학술서 등 20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다.

고인은 어린 시절 시인을 꿈꾸었고 시 연구로 비평을 시작했지만 시보다는 소설이 사회의 시대정신을 투명하게 반영한다는 이유로 소설 비평에 매진해 기성 작가뿐 아니라 신인 작가의 작품들까지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은 후 매달 비평을 썼다. 실제로 고인은 작년에 ‘드디어 짖는 개를 보라’ 등의 비평을 매달 저술했고 올해에도 손원평의 소설 <4월의 눈>을 비평한 ‘4월에 내리는 이변의 눈, 일 년 내내 내리는 핀란드의 눈’을 <문학동네>에 싣는 등 죽는 날까지 손에서 비평을 놓지 않았다. ‘다달이 비평을 한다’는 의미의 ‘월평(月評)’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고인은 특히 신인 작가들의 작품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비평을 했는데, ‘이승우의 첫 데뷔작, 에리직톤의 초상’을 보면 신인 작가에 대한 고인의 따뜻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고인은 이승우의 데뷔작인 ‘에리직톤의 초상’을 읽고 당시 처음 창설된 ‘대산문학상’에 이 작품을 추천했다. 대작가를 겨냥한 최고의 상이었던 대산문학상의 영예는 당시 마흔이 될까 말까 한 신인 작가 이승우에게 돌아갔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심사 위원을 맡았던 고인이 있었다.

문학이 대접 받지 못하는 요즘, 고인은 우리말과 글을 창조해내는 문학가들의 영원한 스승으로 존경을 받으며 82년의 인생을 마감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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